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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Jun 13. 2024

10살 큰딸의 생일파티 준비

feat- 8살 둘째와 6살 셋째 그리고 10살 첫째의 6명의 친구들

아빠 나 생일 때 친구들 초대해도 돼?

그럼 초대해도 되지 

이 말이 불러올 어두운 그림자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고 싶다는 큰아이를 불러놓고 밸런스 게임을 시켜주었습니다.

생일파티 VS 워터파크

작년까지만 해도 워터파크였는데 이번엔 생일 파티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선택을 한 큰 아이를 존중하며 아내와 상의 후 생일파티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릴 적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집으로 불러서 엄마가 해놓은 음식들을 먹으며 선물보따리를 풀며 게임도 하고 밖으로 나가서 신나게 놀고..


헌데 요즘엔 아예 다르더군요 ㅜㅠ 준비를 하는 와중에 아내한테 몇 번을 혼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 생각해서 생일 파티 했다간 부모들한테 욕먹는다고 말입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젠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초등학생들 생일파티는 키즈카페나 파티룸, 이런 곳들을 빌려서 한다고 합니다. 집에서 하면 다른 부모들이 싫어하기도 하고 어차피 집에서 파티를 하고 또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야 하고 놀이터나 이런 곳은 아이들이 다칠 수 있고 다치게 되면 책임이 온전히 우리 부부에게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리저리 장소를 알아봤는데 견적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ㅜ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습니다. 


놀숲이라는 (만화방+보드게임방+비디오방=멀티) 곳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룸은 없지만 생일파티를 할 수 있었고 밥부터 놀거리까지 한꺼번에 다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예약을 했습니다. (내 돈 ㅜㅠ)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요즘엔 아이들을 초대하면 집에 돌려보낼 때 답례인사를 해야 한다더라고요 (결혼도 아니고 ㅡㅡ^) 그래서 선물을 준비해야 한데요 자칫 이런 거 잘못하면 부모들 사이에서 씹을 거리가 되기도 하고 다음 생일 때 오지 않는다고도 하네요 그때부터 커다란 부담감이 밀려왔습니다.


큰 아이에게 친구 엄마들의 전화번호를 받아와서 일일이 전화 돌리며 허락을 받은 뒤,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아이들 픽업을 동선을 정하고, 아이들 한 명 한 명 좋아하는 음식부터, 식재료 알레르기까지 체크해 가며 준비하는 아내를 보며 예전 생각으로 쉽사리 승낙을 했던 자신을 원망했습니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망고케이크를 맞췄고, 간단한 파티용품을 샀고, 장소 예약을 했으며 아이들 감사 선물을 고른 뒤 집에 와서 다음 날 있을 생일파티 동선을 짰습니다. 그래도 들떠 있는 아이를 보며 좋은 부모가 된 듯 잠깐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아내와 확실히 얘기했습니다. 생일파티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놀숲 생일파티

놀숲에서 2시간 먹고 놀고 하는 와중에 9명 아이들의 파워가 온 가게 안을 휘집었기에 더 놀 수가 없었습니다. 서서히 지루해하는 아이들이 몸으로 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급하게 정한 대안으로 집에서 놀 것을 권유했고 아이들의 승낙을 받았습니다

우리 집은 1층이라 뛰어도 상관없었고 큰 소리로 떠들어도 상관없습니다. 9명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렇게 놀 공간이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필요한 건 따가운 눈총과 컴플레인이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온 뒤 아이들은 조금 더 신나게 뛰어놀고 게임도 하고 각자 핸드폰도 하고..

저마다 하고 싶은 대로 놀았습니다. 같이 놀기도 하고 따로 놀기도 하고 먹기도 하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메리칸 스타일의 연애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로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지우(가명)랑 사귀던 남자친구가 진석(가명)이가 동시에 지우 베프인 유정(가명)이랑 사귀었다는 걸 어제 알게 됐다면서 학교에 가면 이별통보를 할 거라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연예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초등학교3학년들 맞습니다.;;;;;;;;;;;;;;;;;;;;;

우리 아이도 남자 친구가 있었다네요;;;;;;;;;;;;;;; 지금은 헤어졌데요 ;;;;;;;;;;;;;;;;;;;;;


그렇게 생일파티를 마무리한 후 소파에 쓰러져서 몇 시간을 잤습니다.

고생한 아내는 다시 저녁을 준비하며 요즘 재미 들린 유튜브를 틀어놓았습니다.

간간이 들리는 아내의 웃음소리와 저녁 준비하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큰 아이의 행복한 웃음과 받은 선물들을 뜯으며 좋아하는 얼굴.. 며칠의 피로가 녹아버렸습니다.

그래도 생일파티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근데......................... 초등학교 1학년 둘째가 말을 건넵니다.


아빠 내 생일파티는 어디서 할 거야?


ㅜㅠ 공평하게 한 번은 해줘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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