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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May 24. 2024

아침이 주는 힘

쉬는 날

쉬는 날이면 으레 전날 밤이 가장 설렐 것이다.

초등학교 개교기념일 전날, 중학교 추석연휴 전날, 고등학교 설연휴 전날, 아르바이트 휴일 전날 등

나이가 들고서 전날 설렘보다 아침에 누리는 호사? 들이 더욱 좋아졌다. 이런 호사에는 도움을 주는 몇 가지들이 있다.


1. 울리지 않는 알람

일을 가기 위해 맞추어놓은 알람을 듣는 순간 내 몸은 무작정 거부한다. 잠을 많이 잤든 적게 잤든 깊은 수면을 했든 안 했든 상관없다. 하지만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깬다. 그렇지만 기분은 정 반대다. 뭔가 개운하고 기분 좋고 하루가 온종일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다.


2. 커피

나의 아침을 가장 빛나게 해주는 건 내 친구 커피 덕이 아주 크다. 커피 애호가인 나는 공복에 마시는 커피를 제일 좋아한다. 그래야 커피 본연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고 입에서부터 위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내려가는 커피가 온전히 느껴진다. 그런 바디감이 내가 커피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다. 그리고 예전 해외공연 갔을 때 아침 일찍부터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던 서양인들을 보며 멋있다고 느꼈었는데 그런 모습들을 내가 하고 있으니 괜히 나도 멋있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3. 아침 햇살

아침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게다가 세상에게 비춰주는 축복 같은 햇살은 하루를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큰 에너지를 준다. 햇살을 못 봐서 다 죽어가던 꽃이 창가 쪽으로 옮겨서 햇빛을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아나는 것처럼 말이다.


4. 책, 잡지

대게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들고 창가 옆에 놓인 테이블 앉아서 시사잡지를 본다. (괜히 지식인들 흉내 내는 거다.) 정기구독을 한 유일한 우리 집 물건이지만 돈 값을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잡지가 꽤 읽기 수월하지 않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어느새 몇 권씩 밀려있다. 거듭된 경험끝에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과감히 흥미 없는 부분은 패스한다. 이러기까지 몇 주의 시간을 과제물 쌓인 대학생처럼 읽어댔었다.


5. 아이들

아이들이 없는 삶을 이제 생각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내게 주는 무한한 장점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이 아이들과 있으면 내가 온전한 사람이고 커다란 존재이고 하루를 허투루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 준다. 물론 다정한 시간은 불과 몇 분이고 그 이후부터는 온갖 험한 소리들이 오고 가지만.. 모든것이 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순간들이다. 요새 들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안아주는 것이 꽤 힘들어졌지만 적어도 아빠가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려는 나의 노력은 다행히 아이들에게 아직까지 전달되고 있다. 그래서 어제도 자전거에 인라인스케이트 2개를 들고 보호대와 물 등등 아빠 혼자 놀이터에서 온몸이 쑤시게 뛰어다녔다. 그러면서 왜 내가 사서 고생을 하고 있지? 그냥 집에 가서 저녁 먹이고 씻기고 공부시키고 시청각자료 보여주면 하루 일과 끝인데..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직까지 몸 건강하고 아이들이 부모품에 있을 때 더더욱 살 부대끼고 뒹굴러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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