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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dsbird Apr 01. 2024

 아등바등 글쓰기

매일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굳이 할 말도 없고 힘들게 쥐어짜 낸 글도 영 맘에 들지 않을 땐 더 그러하다. 다음 달엔 좀 쉬자라는 생각을 빠짐없이 매달 하곤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글을 쓰면서 어지러웠던 삶이 차곡차곡 정돈되고 변화가 일어나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도 글쓰기는 아직도 버겁다. 그 이유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글쓰기란 행위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글쓰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생각하는 과정이 귀찮다.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멈추고 글에 담을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돈하는 일은 마냥 놀고만 싶어 하는 부산한 아이를 붙잡아 한자리에 앉히고 한글을 가르치려는 것과 것과 같다. 산만한 아이는 10분도 안 돼 다른 곳으로 튀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곤 한다. 브런치 글쓰기 창을 켜놓곤, 괜히 물도 한 컵 더 마셔야겠고 커피도 다시 따듯하게 뎊혀야겠고. 


잠시도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과 굳이 애써 싸워가며 글을 쓰는 이유는 때때로 희미하다. 내가 왜 자꾸 글쓰기의 장으로 돌아오려는지, 이 귀찮은걸 왜 자꾸 하려 드는지. 안 하는 것보단 나아서, 글을 발행하고 나면 하루에 뭔가라도 이룬 것 같아서. 그 작은 성취감이 뿌듯해서. 매일 글을 쓸 수 있다면 다른 일도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손에 아직 확실히 잡히진 않지만, 뭔가 달라질 것 같아서. 그런 조그만 소망에 난 오늘도 아등바등 글을 쓴다. 언젠간, 내 안의 부산한 이 아이도 억지로 끌어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글을 써주는 생산적인 그런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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