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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 때문에 죽지 않을것’이란 깡

by Windsbird

난 주변에서 용감하단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중국어를 배울꺼라면서 무턱대고 가방 싸매고 홍콩으로 이사했을때도 그랬고, 막 중국 국경을 넘어 탈북하는 탈북자들을 밀착 취재하러 갈때도 그랬다.


사실 난 뼛속 깊이 두려워 하는게 한 가지 있다. 바로 남들의 판단이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남들이 날 ‘일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게 두렵다.


이에 대한 두려움은 새로운 일이 내게 맡겨질때마다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리서치 같이 큰 스킬이나 경험이 필요하지 않은 아주 기본적인 일도 난 차일피일 미루곤 하는데, 질질끌며 시작도 하지 않는 내 마음 깊은 곳엔, 일을 시작했다가 실패할것 같은 두려움이 내재하고 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에드워드 리는 한 인터뷰에서 압박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것 때문에 죽진 않을거야’라고. 당장 결과가 좋지 않아도 집착하지 않고 그냥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는 그의 발언을 여러번 곱씹어 읽었다. 읽고 또 읽어도 참 위로가 되는 말이다.


사실, 남의 판단이란건 내 감정을 떠맡기기엔 너무나도 줏대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쉽게, 아무 생각없이 내리는게 ‘판단’이니까. 그 것 때문에 내가 짓눌려서도 안되고 휘둘려서도 안되닌게 ‘남의 판단’이거늘, 난 그게 뭐가 그리 무섭다고 매번 낑낑거리는지.


‘판단의 기준은 내가 정한다’는 에드워드 리의 깡이 부럽다.



에드워드 리가 사는 법 “나는 압박감 없이 일한다”


일요일 아침 9시, ‘비빔 인간’ 에드워드 리를 만났다. 전날 밤 일포르노 식당에서 열린 고아들을 위한 자선 디너에 참석했다고 했다. 피로해 보였지만 에너지가 바닥나 보이진 않았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이후 그는 지금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명 인사가 됐다.


떳떳하게 맛을 드러내는 음식,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인내와 친밀함을 담아 만든 이민자들의 가정식을 상상하며, 군침 고인 얼굴로 이 균과 이야기를 나눴다.


음식에 관한 당신의 포용성을 생각하면, 사실 서바이버 프로그램 출연은 다소 의외다. 게다가 아메리칸 아이언 셰프 우승자가 ‘흑백요리사’엔 왜?


“처음에 넷플릭스는 내게 심사위원을 제안했다. ‘한국말 할 수 있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거짓말을 했다(웃음). 나중에 줌 미팅을 해 보곤 놀라더라. ‘한국말 못하시네요!(웃음)’. 몇 주 뒤 ‘참가자로 와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안 될 거 없었다. 평소에도 호시탐탐 한국 식재료를 쓸 기회를 찾았고, 죽기 전에 한국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싶었으니까. 문화의 연결 지점이 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압박감을 느낀 적은 없나?


“나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정말 압박감이 하나도 없다고?


“아예 없진 않겠지만, 나이가 들어선 지 ‘이것 때문에 죽진 않을 거야’ ‘다음날은 다 괜찮아질 거야’ 이런 태도를 갖게 되었다. 나는 아주 다양한 흥밋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뭔가 당장 결과가 안 좋아도 그냥 다음 것으로 넘어간다. 집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이 두려워하는 건 뭔가?

“지루함. 지루함이 가장 두렵다.”


누군가에게 판단 받는다는 두려움은 없나?

“늘 판단을 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판단 받는 데는 단련이 돼 있다. 지금은 누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 안 한다. 홍보 매니저가 권해도 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관한 좋은 기사조차 읽지 않는다. 긍정적인 비평을 읽고 좋아하면 부정적인 평가도 받아들여야하니까. 그런 판단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판단의 기준은 내가 정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미국의 오래된 표현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이 만약 사랑하는 무언가를 한다면 당신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사진 촬영을 하는 건 일이다, 좋아하지 않으니까(웃음). 그 외에 모든 것은 내게 일이 아니다.”


일이 아니면 사랑인가?

“사랑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나의 뇌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상태가 좋다.”


출처: 조선비즈 인터뷰 기사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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