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스마트 기기에 아기들은 계속 노출되는가?

회사생활 좀 해본 심리학자

몇 일 전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 날도 어김없이 제 눈에 띄는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젊은 부부였는데 얼핏 봐도 두 돌이 안된 아기와 함께 식당을 왔는데, 자연스럽게 태블릿을 꺼내 식사 시간 동안 아기 앞에서 보여주더군요. 물론 아기는 모든 것을 잊은 듯 조용히 태블릿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모습은 부모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며 부모가 먹는 것을 달라고도 칭얼거리고, 아기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입에 물고 장난도 치고, 앞에 있는 식기류를 건드리고 떨어뜨리는 등의 모습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사실 이 장면이 새롭거나 신기한 점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 식당이나 다른 어떤 곳이든 아이들이 함께 하는 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이 장면을 불편하게 보는 데는 어려도 너무 어린 유아들(흔히 만 3세 이하) 조차도 스마트 기기에 노출시킨다는 점 때문입니다.

* 만약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만 되어도 저는 이 정도 심각하게 문제를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이 정도 나이는 부모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서로 조율이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문제는 너무 어린 유아라는 점입니다. 이 때의 인간은 부모와 의사소통이란 것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오로지 부모의 행동에 모든 것을 의지합니다.

*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가 태블릿을 보여주니까 그냥 봐야합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과연 부모들이 기본적인 정보를 모르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유튜브, 인터넷 등 각종 온라인 채널에 '스마트기기&유아 노출'만 검색해도 '만 3세 이하 유아를 스마트 기기에 노출시키는 것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수두룩 합니다.

* 그렇다면 알면서 왜 이렇게 할까요? 제가 궁금한 부분은 바로 이 부분 입니다.


제가 안전보건&심리학 강의를 할 때 주로 이야기 하던 한 내용이 생각납니다.

* '요즘 세상에 담배 피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 행동은 반복될까요?' 많은 전문가들이 꼽는 원인으로 '습관'과 '편향된 사고'가 있습니다.

* 우선 인간은 나에게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쪽으로 편향된, 더 쉽게는 나에게만 좋은 쪽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설사 과학적 근거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하고 있어도 이 일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 두 번째는 '습관' 입니다. 이미 흡연이 우리에게 반복적으로 주는 자극은 자동적 사고로 하나의 습관을 형성했기 때문에 좋고 안 좋고에 대한 판단 없이 이 행동은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유아를 스마트 기기에 계속 노출시키는 것도 이런 원인들이 있기 때문일까요?

* 혹자는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요즘 세대의 분위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남에게 피해주기 싫어하는 만큼 내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요즘 세대 아닌가요? 심지어 자신들의 영혼의 복사체와 같은 아기라면 더더욱 소중하게 여길 것 같은데, 남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는 쉽사리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 아니면 잠시 보여주는 것은 괜찮지 않냐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잠시 일까요? 정말 잠시인가요? 잠시 여러번인가요? 어쩌면 이 말은 부모의 가장 쉬운 핑계거리는 아닐까요?


아니면, '하는 척'은 누구나 할 수있는데, '진짜'는 제대로 하기 어렵기 때문일까요?

* 아기에게 좋은 유모차를 사주고, 좋은 육아 용품에, 좋은 음식을 준비해주는 것은 돈과 약간의(?)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있는 '하는 척 하는 육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 반면에 식사 자리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든지, 식사할 때는 식사만 해야 한다든지와 같은 원칙은 '진짜 육아'입니다. 아기의 울음을 참고 견뎌야 하고, 때로는 아기와 끝나지 않는 실랑이를 벌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마음가짐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버텨내야 얻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부모 둘 다의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어야겠죠. 진짜는 쉽지 않습니다. (단적인 예로, 아기가 10분만 넘게 울어대도 이것을 온전히 버텨낼 부모는 많지 않을 것 입니다. 여담이지만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소음 기준이 왜 있는지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제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 저희는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밥 먹을 때 스마트 기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 아기가 어릴 때 식당에서 울거나 큰 소리를 치면, 차라리 부부가 밥을 따로 먹을지언정(한 명이 아기를 데리고 나가는) 스마트 기기로 그 시간을 떼우지는 않았습니다.

* 지금도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스마트 기기를 하지 않습니다.

* 아기가 혼자 스마트 기기를 만지작 거리는 것에 주의를 주고 때로는 크게 혼낸 적도 몇 번 있습니다.

* 그래서 그런지 지금 중3인 큰 아이도 스마트폰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어떤 것을 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원칙만 가지고 아이를 대했습니다.

* 밥 먹을 때는 밥만

* 부모와 대화를 할 때는 대화만

* 다 같이 스마트 기기를 볼 때는 정해진 시간에


아이가 떼를 쓰고 울면 그냥 버텼습니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지칠지언정 운다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지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아이는 다음에도 울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할 것이 너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 이것이 아이의 기본 전략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지 않나요?

* 울어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가르치려면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그 시간들을 버티고 나면 그 이후에는 집안이 평온합니다. 그러나 어릴 때 이 시간들을 제대로 버티지 못하면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스마트기기와의 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는 바로 답이 나옵니다.

* 그러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이 사실 조차도 다 알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왜 일까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 입니다.

* 항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의 모습과 상황을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과 다른 전략과 행동을 구사해야 '변화'라는 것을 꾀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인정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우리는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는 점 입니다. 아이는 울음으로 해결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배우면서 성장하지만 부모 역시 이런 시간을 버텨낸 결과 아이와 함께 성장합니다. 이런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다면 지금은 편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성장도 없습니다.

*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출산의 고통 끝에 이렇게 예쁜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부모로써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얼마전 이야기 입니다만 사실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보는 모습입니다.

다들 이런 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스스로도 개선하기가 쉽지 않고', '주변에서 조언을 주기는 더 어려운' 지금 현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은 원래 힘들고 괴롭습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게 나은지 그 판단을 내릴 뿐입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작가의 이전글(25년 2월) 오키나와 with 늦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