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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Oct 01. 2023

나의 길 (시)

꽃씨가 되어 훨훨 날아가리


나의 길


나의 처음 길은

억세고 키가 큰 잡초들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들이미는 어린 새싹의 길이었다.


다른 커다란 잎을 방패 삼아 굵은 빗줄기도 피해보고,

여러 겹 풀의 지그재그 손내밈으로

따가운 볕으로 타들어가는 아픔도 없었다.


이제는 단단한 줄기로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는 나.


나에게서 어린 새순이 다시 나오고

나의 잎으로 또 다른 생명을 보호할 여유로움도 생겼다.


이제는 내 꽃잎을 터트려

꽃씨를 타고 넓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보고 싶다.


맑고 시린 하늘아래 차가운 포용력도 느껴보고 싶고,

초록빛 생명의 끝없는 이어짐 어느 곳에

우두커니 서 있고 싶기도 하다.

오래된 역사의 흔적만큼 풍화된 그곳에서

옛이야기에 잠겨보고 싶기도 하고,

다른 전통, 다른 문화의 만남에서 맛 볼

그 이질적 생소함이 기대되기도 한다.


나의 꽃씨가 어디로 날아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

그 꽃씨가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 올지도

아무도 모르는 것.


지금은 그저 그 꽃씨를 건강하게 싹틔우기 위해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내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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