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Jul 17. 2024

분란의 소재: 빗

회사에 지난봄 결혼한 CC가 있다. 두 사람은 입사 동기로, 입사 초기부터 3~4년쯤 교제한 후 결혼했다. 두 사람은 며칠 전 휴가를 내고 대전의 빵집 성심당 투어를 갔다. 한참을 줄 서야 살 수 있는 생귤시루를 사기 위해서였다. 생귤시루는 생귤이 잔뜩 들어간 생크림 케이크로, 지난겨울과 봄에 엄청 인기가 많았던 딸기시루와 망고시루의 후속작이다. 딸기시루와 망고시루의 경우 오픈런을 하거나 최소 1시간 이상 웨이팅을 해야 구할 수 있다.


문제는 겨우 생귤시루를 사들고 빵을 자동차 뒷좌석에 실으려고 자동차 뒷문을 열었을 때 발생했다. 여성들이 들고 다닐법한 빗 한 자루가 뒷좌석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커플의 아내 쪽인 D는 한눈에 그 빗이 누구 빗인지 알아봤다. 며칠 전 그 커플과 회사 사람 J가 점심을 같이 했는데, J가 뒷좌석에 앉았었다. 그 빗은 J의 빗이었다. 그런데 남편 쪽인 H는 대단히 당황했다. 변명이 이어졌다. "모르는 빗이야. 난 다른 여자는 태운적도 없어!"


D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H는 변명을 이어나갔다. 정말 모르는 빗이며, 이 빗이 여기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D는 지레 변명을 하는 게 웃겨 한동안 그냥 두었다고 한다. 의심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면서. 다음날 그 커플은 J에게 빗을 건네며 전날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주변에서 듣고 있던 Y가 끼어들어 빗주인인 J에게 "왜 남의 집에 분란을 만드셨나요, 이게 문제의 빗인가요???"라고해 다들 크게 웃었다. 그러자 빗주인 J는 "아닙니다. 집까지는 아니고, 남의 차예요! 남의 차에 분란 만든 거예요. 절대 집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다들 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