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은 근처 김치찌개 집이었다. 그곳에선 달걀 프라이를 셀프로 해 먹을 수 있어서, 달걀 코너에 늘 사람이 복작복작 모여있곤 하다. 오늘 점심 멤버는 네 명! 한 사람은 1층 올리브영에 잠시 들렀다 온다고 하며, 달걀 프라이 2개 먹고 싶다고 외쳤다. 나도 당연히 2개 먹을 생각! 식당에 도착해 한 사람은 자리를 잡고, 한 사람은 테이블을 지키고 있고, 나를 포함해 두 명은 달걀 프라이를 하러 갔다.
우리는 4명이니, 총 8개를 만들면 된다. 휴, 이럴 땐 어쩐지 조금 긴장이 된다. 내가 먹을 것을 만든다면, 못생겨도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 줄 거니까 실패하면 속상해진다. 오늘 달걀 프라이 담당 두 명은 모두 성공적으로 달걀 프라이 4개씩 완성했다.
그렇게 테이블로 돌아와 보니 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완벽했다. 그때 올영에 다녀온다던 그녀가 등장했는데, 그녀의 손에도 달걀 프라이가 들려있다. 아??? 달걀 프라이 2개를 먹겠다고 공언했던 그 친구는 우리가 1개씩만 만든 줄 알고, 1개씩 더, 그러니까 4개를 만들어 왔다. 그래서 우리 테이블엔 총 12개의 달걀 프라이가 있었다. 살짝 당황하며 찌개를 뜨고 있는데, 누군가 말했다. "3개씩 먹으면 되죠." 음... 계산 빠른데?
김치찌개는 참 맛있었다. 그날따라 두부도 부드럽고, 푹 끓인 김치도 꿀맛. 그런데, 우리는 암묵적으로 이 달걀 프라이 남길 수 없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기본으로 나온 찬도 아니고, 먹겠다고 가서 만들어온 달걀 프라이를 그것도 3개씩이나 해놓고 남긴다면... 이런 비매너가 어디 있냐 말이다.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달걀 프라이가 남아 있었다. 용기 낸 누군가가 먼저 달걀 프라이를 하나 집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게 3개째예요. 제 몫은 다 했습니다." 다들 남은 달걀 프라이를 하나씩 앞접시에 가져갔다.
달걀 프라이가 사실은 다이어트 음식이었나 보다. 이렇게 포만감을 주다니. 겨우 달걀 프라이 하나 더 먹었을 뿐인데, 배가 정말 불렀다. 다들 꾸역꾸역 달걀 프라이를 밀어 넣는 모습을 보자 하니 다들 나와 비슷한 상태인 듯했다. 점점 수다가 줄어들고 침묵이 찾아왔다. 그저 달걀 프라이를 먹을 뿐이었다. 우리는 마침내 달걀 임무를 완수했다.
식사를 다 했으니 일어서려는데, 한 사람이 말했다. "저... 토할 것 같아요." 사실 나도 그랬다. 달걀 프라이 하나 더 먹은 것이 이렇게 배부른 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들 회사로 돌아가는 데 배가 너무 부르니 좀 돌아서 가자고 말했다. 소화를 시켜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서로 약속했다. "우리 이제 달걀 프라이 누가 만들지 미리 꼭 정해요. 개수도 정하고요." 그런데, 당분간은 달걀 프라이를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배부른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달걀 프라이 3개를 먹어보라고 말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