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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몬 Aug 04. 2024

여기 우리 셋만 있는 것 맞죠?

우리 팀은 출근들을 꽤나 빨리 하는 편이다. 나도 집에서 일찍 나오면 회사까지 15분이지만, 출근시간에 맞춰서 나오면 3~40분이 걸려 좀 일찍 나오는 편이다. 오늘 출근해 보니 나까지 세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 얼마 전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치앙마이에서 사 온 원두가 있어 "커피 드실래요?" 했더니 모두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아직 회사는 조용한 편이었고, 나는 커피 필터에 원두를 덜고 있었는데, 문득 어제 들었던 조금 충격적이고 재밌는 소식이 떠올랐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여기 우리 셋만 있는 것 맞죠?" 두 사람은 맞다고 대답하며 "뭔데요?"하고 눈을 반짝거린다. 나는 드립포트에 뜨거운 물을 담아 커피에 천천히 부으며 전 날 주워들은 인사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알고 계셨나요, 하고 묻자, 한 사람은 알고 있었다고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처음 듣는다며 빵 터졌다. 워낙 어이없는 일이어서 나도 같이 함께 웃으며 커피를 나눠마셨는데, 그때 사무실 청소를 끝내고 나가시는 미화원님이 재활용품을 수거하시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 난 분명 그녀가 청소 중인 걸 알고 있었다. 눈에 보이기도 했고, 소리도 계속 났다. 근데 나는 왜 “여기 우리 셋만 있죠?”라고 말했을까? 나는 분명 미화원님이 그 자리에 계신 걸 알았는데, 마치 투명인간처럼 그녀의 존재를 망각해 버렸다. 회사의 아침 풍경 속에서 사무실을 청소되고, 탕비실이 정리되고, 이런저런 사무실 물건들이 질서정연해 지는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실은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고 있다는 걸 잊게 되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속한 ‘우리’를 아주 좁게 바라보고, 그 밖의 사람들을 보지 않게 된 걸까?


나도 굉장히 무신경해질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부끄러웠다. 조금 더 시야를 넓히고 주변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반성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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