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모몬 Aug 06. 2024

코알라 향

여동생이 여행을 다녀와 남동생에게 향수 선물을 했다. 남동생이 한창 모기 때문에 짜증 난다고 전기 파리채를 휘두르던 때라 모기퇴치 효과가 있다고들 하는 록시땅 버베나 향수를 사 온 것이다. 남동생이 신나 하며 치익하고 뿌려보았다. 상쾌한 풀냄새가 퍼졌다. 모기들은 이 향을 왜 싫어하는 걸까? 그런데 향수를 뿌려본 남동생이 "어? 이 냄새 나 아는데!! 이거.... 나 알아!!"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다른 사람이 뿌린 걸 맡아봤든, 네가 이 향수 시향을 해봤든 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그런데 남동생은 그게 아니라고 골똘히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러다 "맞아!!! 이거 코알라시키 입냄새야!!!"라고 외쳤다. 남동생은 기억이 떠올라 기쁜 듯했다. 우리는 황당해하며, 네가 코알라 입냄새를 어떻게 아냐고 따져 물었다. 남동생은 호주에 1년 있을 때 코알라를 안아본 적이 있는데 코알라 입냄새가 바로 이 냄새였다고 말했다. 진짜 코알라 입냄새라고 믿어달라고 해서 웃음만 나왔는데, 여동생이 옆에서 '코알라'라고 검색을 해보니 코알라의 주식은 록시땅의 향수 버베나의 재료이기도 한 '유칼립투스 잎'이라고 나오는 게 아닌가?


남동생은 거보라며, 자기 말이 맞다고 거들먹거렸다. 진짜 코알라를 안았을 때 입에서 이 냄새가 났다고 어찌나 강조하던지, 내 동생이 알고 보니 엄청난 향감별사였다. 그 뒤로 남동생은 모기 퇴치 효과가 있다는 버베나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뿌릴 때 코알라시키 입냄새라고 중얼중얼 거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