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번개로 점심이 잡힌 날이었다. 나를 포함해 네 사람이 메뉴를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A가 아침에 구내식당에서 라면을 먹어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가벼운 걸 먹자고 했다. 그렇게 샐러드 같은 가벼운 점심식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데 문득 떡볶이가 먹고 싶어 졌다. 그야말로 무거운 메뉴지만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는 A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저희 떡볶이 어때요? 즉석 떡볶이가 갑자기 먹고 싶네요.”
A는 내게 하트를 갑자기 보내왔다. “저는 좋습니다”하는 답장과 함께였다. 훗, 예상한 대로였다. 하지만 A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걸 잘 몰랐던 다른 사람들은 배가 별로 고프지 않으니 가벼운 걸 먹자고 하던 A가 떡볶이 소리에 하트를 보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이해가 잘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방금 전까지 배가 별로 안 고파서 가벼운 걸 먹자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는 떡볶이를 좋아해 ‘떡지 순례’라는 떡볶이 전국 맛집 책을 보며 떡볶이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였지만, 지금은 아들이 떡볶이를 먹기엔 어려서 원하는 만큼 자주 즐기지 못해 늘 아쉬워하고 있었다. A는 “떡볶이는 언제나 환영입니다”이라며 말했지만, 멋쩍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잔뜩 보냈고, 나도 그 모습이 재밌어서 같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남발했다.
떡볶이에 대한 A의 열정을 보며, ‘매일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우리는 A처럼, 배가 부르든 피곤하든 상관없이 기꺼이 그 일을 즐긴다. 평소에는 이 일을 할까 저 일을 할까 고민이 많아도,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빠르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 열정이 모든 고민을 잊게 하고, 오롯이 그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평소에 골고루 잘 먹어야 가끔 떡볶이도 제대로 즐길 수 있듯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게 정말 좋은 걸까? 어쩌면 매일 떡볶이를 먹는 일이 건강에 해롭듯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것도 결국 나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도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