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인생은 독생(獨生)이다

<고독과 자아>

by 경국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하지만 눈을 조금만 크게 뜨고 세상을 바라보면,

삶은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다.


어떤 조건, 어떤 환경에서도 인간은 살아간다.

꿋꿋이, 어떻게든.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활동 범위를 만든다.

가족, 사회, 동료, 선후배, 친구, 애인, 지인…

관계는 시간과 함께 점점 더 많아지고, 더 복잡해진다.

없던 관계를 새로 만들고, 또 얽히고설킨 인연 속에 산다.


관계가 많은 것을 자랑삼는 이들이 있다.

여기저기 끼어들기를 좋아하는 사람.

‘약방의 감초’는 약효라도 있지만,

이들은 단지 번잡함만을 더할 뿐이다.

관계를 좋아하면, 괴로움도 따라온다.


얇은 가지 위에 참새가 몰리면, 결국 그 가지는 부러진다.


관계가 적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계 없음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 문제다.

스스로 불필요한 고통을 자초하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줄여야 한다.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꼭 필요해서 버릴 수 없는 ‘내적 관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외적 관계’.

대부분의 관계는 후자다.

외적 관계는 의지를 흐리고, 마음의 번뇌를 유발한다.

완전히 단절하긴 어렵겠지만,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관계를 정리해 나가는 것이 좋다.

활동 범위를 줄이고,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 관계를 끊지 못한다면,

그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심심함’이다.


인생은 결국 ‘독생(獨生)’이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다.

둘이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외롭고,

셋이 있어도 따돌림당하면 외롭다.

가족이 함께 살아도 외로운 법이다.


외로움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연결의 깊이에 달려 있다.

심심함은 ‘혼자 놀 줄 모름’에서 비롯된다.

혼자 놀 줄 모르면 삶은 무료하고,

무료한 사람은 삶이 재미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의 ‘몸종’이 된다.

자신을 반기는 개에게서 위로를 받고,

그 개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착각한다.

또 어떤 이들은 술과 춤, 흥청망청 속으로 빠진다.

하지만 그 해방감은 잠깐이다.


다시 무료함은 찾아온다.

결국 무료하게 살다, 무료하게 생을 마감한다.

자살의 원인 중 하나도 이 ‘무료함’이다.

차라리 인간관계의 번잡함 속에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될 수 있다.

삶의 방식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혼자서 놀 줄 아는 사람’이

근심과 걱정,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고독(孤獨)이다.


고독은 일종의 유희다.

성숙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고급한 놀이.


깊은 밤의 고독은 오히려 친구처럼 다가온다.

사려 깊은 사람은 허둥대지 않는다.

감정에 휘둘려 복잡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존재다.


이런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

즉 자아(自我)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자신에게 가장 좋은 친구는 자아다.

자아를 친구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아 속에는 욕망과 지성이 함께 있다.

그 둘은 매일 부딪친다.

순종과 반항, 이성과 본능,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늘 싸운다.

행복하게 살 것인가,

불행하게 살 것인가는

자아가 내리는 선택의 결과다.

의식이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인생의 색깔이 달라진다.


부처는 말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 말은 번뇌를 일으키는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다.


욕망과 지성 중,

어떤 것을 내 의식에 품고 살 것인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혼자일 때야말로,

진정한 의지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때야말로,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행복은 자아가 충만해지는 순간에 가장 크게 온다.

자기 자아도 채우지 못하면서

무분별한 관계에 휘말리는 삶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것이 바로

원리전도몽상(遠離顚倒夢想),

착각 속에 뒤집힌 삶의 모습이다.



작가 소개

경국현

부동산학 박사, 백혈병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다.

<죽을 뻔하고 철학에 빠졌다>를 화수목 연재 중,

쇼펜하우어와 니체, 그리고 신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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