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고독의 선택

<정신적 우월함으로>

by 경국현

돈 많은 사람보다 정신적으로 우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적인 사고력과 깊은 사유를 지닌 사람, 곧 지성 있는 사람.

그러나 세상은 그런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그들은 세속적 과시에 무관심하고,

남들이 열광하는 것들에 냉담하다.

세상을 위에서 아래로 조용히 바라본다.

통찰력 있는 자의 언어는 대중에게 낯설다.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종종

열등감과 불편함을 느낀다.

그들은 세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정신의 우월함을 불쾌해한다.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

깊은 생각 없이 유흥을 즐기는 이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속물적 문화가 다수를 지배하는 현실.

대중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불쾌한 냄새가 난다.

욕망, 사기, 폭력, 협잡, 오물…

뒤엉킨 그곳이 바로 다수의 세상이다.


정신적으로 우월한 삶을 지향하는 이들은 소수다.

그들은 군중 속에 섞이지 않으며,

비사교적이라 불리고,

세상 물정 모른다며 조롱당한다.

교만하다는 오해도 받는다.

그러나 정신이 우월한 사람은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이들은 관계 맺기에 애쓰지 않기에,

모임 속에서 적이 많다고.


그들은 군중 속 고독을 선택한다.

관계보다 내면을,

연대보다 침묵을 선택한다.


세상은 정신적 빈곤으로 가득 차 있다.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공이라 여기고,

지적 무지에는 무관심하다.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고,

감각적 인식이 의지로 이어진다는 철학의 진실은 모른다.

이들은 외형으로만 판단하고,

보이는 것만 믿는다.


정신적으로 우월한 사람은

대중의 관심 자체에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 무관심은 혐오가 아니다.


무지한 자들은

그 무관심을 적대감으로 오해한다.

그들은 돈이라는 가면으로

자신의 결핍을 가리고 산다.

심지어 스스로의 무지를 자랑하기도 한다.

TV와 언론은 그런 이들을 비춘다.

다수를 위한 오락거리로 소비한다.

‘하늘이 인정한 바보들.’

정신적 깊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돈으로 통제하려 한다.


정신적으로 우월한 사람은

그런 세상과의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조용히 사라지고,

가면을 쓰고, 숨어 산다.

그들은 고독이라는 유희를 즐긴다.

경쾌한 정신의 자유를 택한 사람들.


행복은 철저히 사적인 것이다.

그들은 숨어 사는 삶이 편하다.

인생은 결국 독생(獨生)임을 알기에,

불필요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

마음의 평화는 고독 속에서 자란다.


예수는 광야에서의 40일 고독 끝에

자신의 길을 알았고,

부처는 보리수 아래서의 49일 명상 끝에

진리를 깨달았다.

그들은 자아의 비중으로

삶의 가치를 느끼며 살았다.

타인의 평가는 그들에게 의미가 없다.

이들은 ‘득도한 자들’이다.


자기 위선을 가장 잘 아는 이는 자기 자신이다.

타인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

이들은 위선을 거부하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려 한다.

솔직한 자아로 인생을 즐기며,

외부의 평판에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들을

비사교적, 반사회적이라 폄하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면의 공허를

‘사색’으로 채운다.

죽었다 깨어나도

어리석은 자는 이를 모른다.


봉황의 뜻을

참새는 알지 못한다.

무지한 자일수록

떼로 몰려다니기를 좋아한다.

참새는 떼를 이루지만,

봉황은 홀로 난다.


자신과 대화하고,

타인과의 불필요한 어울림을 피하는 사람들.

그들은 고독 속에서 살고,

고독 속에서 죽는다.


머리가 나쁠수록 고독을 두려워하고,

머리가 좋을수록 고독을 사랑한다.

2,500년 철학의 공통된 통찰이다.


위대한 철학자들 중

고독을 위해 결혼을 회피한 이들이 많다.

플라톤,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칸트, 쇼펜하우어.

결혼했지만 악처로 인해 더 깊은 고독을 체험한

소크라테스도 있었다.

예수는 평생 고독한 길을 걸었고,

부처 또한 가정을 떠나 고독을 선택했다.

부처는 아들마저

자신의 고독을 방해하는 존재로 여겼다.

사색의 미로 속에서

고독의 가치를 발견한 사람들.

그들은 다수와는 다른 감각으로

인생을 즐긴다.


고독은 그들만의 자유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자기 완성의 방식이다.



작가 소개

경국현, 부동산학 박사, 백혈병을 계기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다.

<죽을 뻔하고 철학에 빠졌다>를 화수목 연재 중,

쇼펜하우어와 니체, 그리고 신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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