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싹이는 기도

by 박재연




검은 그림자가 이마에 내리고 있다

그의 몸은 신의 신열로 갈빛이다*


내비게이션이 오작동하는 산길을 따라

구급차는 오고 있다


구급차가 오고 있어요

위독한 귀는 한껏 부풀어 볼륨을 높인다


멀리

더 멀리


입술을 달싹이며

기도를 오물거린다


그이가 믿는 신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직하게 나의 기도를 오물거린다


다 좋아질 거예요


뒤틀리던 사지가 단정하게 돌아오고

두 손을 깍지 끼워 배 위에 얹는다


두 눈을 꼭 감고

교양 있게 사경을 맞이하는 사람


달이 먹구름을 빠져나오고 있다

방호복을 입은 대원들이 침대를 들고 들어선다


그의 손이 집을 나선다





*파울 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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