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
후츄이산
후츄이 산은 고도가 해발 4,000m 가까이 되어 고산증 약을 먹어도 숨이 차서 원래 내 속도로 걷기 힘들었다. 안데스산맥의 아름답고 특이한 풍광을 보고, 산에 사는 현지인을 만나기도 했지만, 비슷한 풍경이 계속되는 산을 6시간 가까이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았다.
무지개산을 갔다 온 사람들은 고도가 높아도 말을 타서 한 시간 정도 걷고 정상에 도착했으며 무엇보다 다양한 색깔을 한 산이 너무 신비로웠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쿠스코 후츄이 산은 우리나라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곳인지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려웠지만, 인솔자의 추천을 믿고 무지개산 대신 후츄이 산을 선택했는데 후회되었다. 뭔가 속은 듯하고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선택은 내가 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남편의 남미 여행 목적 중 하나가 무지개산을 보는 것이었는데 후츄이 등반을 선택한 나때문에 무지개산을 포기한 남편에게 미안했다. 남편은 각자 원하는 산으로 트레킹을 가는 것은 반대했다.
잉카 제국의 흔적을 따라가며 느꼈던 아스라한 감정과 많은 여운을 남기고 쿠스코에서 페루의 수도 리마로 이동한 후 비행기를 타고 볼리비아 라파스로 향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라파스 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