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상상 이상의 대자연을 만나 감동하고 감탄했다. 내가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는 자각과 동시에 파타고니아 등반을 통한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었다. 또 나를 깊이 성찰할 기회였다.
현재 여러 여행 카페가 존재한다. 이를 통한 여행의 장점과 실제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행 카페를 통해 남미를 여행하며 의도치 않게 국제적 민폐 진상 여행단체의 구성원이 되어 상식 밖 체험을 했다.
여행 내내, 규칙을 어기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무척 거슬렸다. 그들에게 너그럽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에 억눌려 감춰두었던 내 이기심을 그들 행동에서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고백하자면 여행 중반을 넘어가며 나만 손해 보기 싫다는 마음에 양보보다는 악착을 떨었다. 여행하는 동안 속 좁고 이기적인 내 실체를 충분히 보았다.
과거에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들고 일상에서 만난 상식적인 사람들이 훌륭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그들 덕분에 내가 원만하게 살아왔다. 여행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은 여러 면에서 사실이다.
인천 공항에서 분실했던 내 트렁크는 상파울루에서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에 실리지 못했고 공항을 떠돌았다. 트렁크의 소재가 파악될 때까지 마음 졸였지만, 스페인과 파리 등을 거쳐 인천 공항에 도착한 트렁크는 집까지 무사히 배달되었다. 여행 보험사와 에어 캐나다 항공사에서 소정의 보상금도 받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눈앞에 마추픽추, 이카 사막, 우유니 사막, 알티플라노고원, 토레스 델 파이네의 빙하, 호수, 하늘, 삼봉, 로스 글라시아레스 모레노 빙하, 피츠로이, 세로토레 등이 떠오르며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은 뿌듯해진다.
낯선 세상을 향한 여행 준비는 늘 만만치 않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지만, 막상 여행길에 오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힘들고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야는 넓어지고 성장한다. 그래서 또 여행을 꿈꾸고 떠날 궁리를 하는지도 모른다. 낯선 세상이 나를 자꾸 부른다. 은퇴 후 남편과 함께 남미까지 여행하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행운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