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자본주의에 사는 우리에게 삶의 중심이 된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가난을 겪어보지 못한 배부른 자들이 지껄이는 약 올리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걸 포기하며 살아왔다. 세상을 돌리는 중심축이 돈이라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나는 평생 돈을 벌기 위해 살았다.
10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처음 수술대에 올랐을 때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애지중지하며 모아온 돈도, 항상 꿈꾸던 부유한 삶도 건강 앞에서는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을.
일을 하고 싶어도 더 이상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남들처럼 쉬고 싶었지만, 돈을 쫓는 삶에 익숙해진 나는 무언가에서 돈을 얻고 싶었다.
남편 덕에 많은 돈을 날리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던 주식을 남몰래 시작했다. 뜻밖에 큰 수익을 챙겼지만, 금세 사기성 코인에 빠져 거금을 날렸다. 그때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지식 없이 공으로 돈을 먹으려고 한 나에게 돈이 쉽게 들어오진 않았다. 사기로 몇억 날리고 깨달았다. 돈은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돈이 나를 따라와야 한다는 걸. 아무것도 모르고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처음엔 큰 수익을 보는 줄 알았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내게 달콤한 꿈을 주었지만, 동시에 깊은 어둠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인간은 욕심이 끝이 없는 한심한 동물이다. 매일 같이 올라가는 코인을 보며 이 상승이 계속될 거라 믿었다.
떨어지면 ‘다시 오르겠지?’라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렇게 7년간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번번이 수익을 챙기지 못했다. 결국 내가 쥔 것은 후회뿐이었다.
올해 초에도 팔 때가 아니었다. 7년간 가지고 있었던 코인을 자다 말고 갑자기 모두 팔았다. 무슨 귀신 들린 마냥 미련 없이 팔았다. 1억 투자해 3억에 팔았다. 팔고 난 후 오르는 코인을 보며 한 달 이상 마음아퍼 했다.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 믿었다. 나는 또 다른 욕망의 문을 열었다. 골수암일 수 있다는 판정을 받고도 심한 통증을 느끼기 전까지 돈에 욕심이 어두워 코인 선물거래까지 손을 뻗었다. 선물은 수익을 크게 먹을 수 있지만, 한 번에 모든 걸 날릴 수 있는 위험한 거래였다.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했던 선물거래는 할수록 중독성이 심했고 점점 폐인이 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물에서 천만 원 이상을 날린 나는 선물을 멈추고, 비트코인이 9,800일 때 다시 들어갔다.
수익의 반을 여러 코인을 샀지만, 코인 시장의 어려움으로 다시 마이너스 50%까지 내려갔다. 돈에 눈이 어두워 수익을 보고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 성급한 결과였다.
6월의 생각지 못한 통증은 짧으면 두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사형선고로 이어졌다. 더 이상 어떠한 투자도 할 수 없었다. 죽기 전 모든 투자금을 현금화해야 했다. 코인과 주식의 마이너스를 보며 죽기 전에 원금만 오길 소망했다.
10월 말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 본 통증은 6월의 아픔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나는 그때부터 새로운 치료법에 들어갔다. ‘모’ 아니면 ‘도’라고 이 치료가 성공하면 좋은 거고, 실패하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마지막 선택이었다.
처음 치료는 생각보다 진전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목숨을 건 도전이지만, 기적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통증이 줄면서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다시 무언가 하고 싶어졌다. 돈을 좋아하는 나에게 현재의 코인 시장은 매력적이었다.
8년 만에 알트 불장이 온다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10일 전 다시 투자를 결심했다. 이번에 투자는 예전과는 다르게 도전했다. 우선 비트코인은 사지 않았다. 물려있던 이더리움과 알트코인들은 그대로 놔두었다.
얼마 전에 비트코인 5,000만 원어치를 모두 팔았다. 거기서 1,000만 원은 수익이었다. 그 5,000만 원을 잡알트 코인에 투자했다. 한 종목에 100~200만 원씩 30개 정도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종목까지 40개 이상에 투자했다.
코인거래를 7년 하면서 느낀 건 비트코인이 오르고 난 뒤 알트코인이 오른다. 비트코인이 2,000만 원대에서 1억 4천만 원이 될 동안 제대로 된 알트 불장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번이 기회라고 본다.
아쉽지만, 리플이나 도지와 같이 많이 올라간 코인은 버렸다. 월봉 차트를 보고 아직 4월의 금액까지 오르지 않은 종목부터 샀다. 거기가 1차 목표가이다. 나는 내년 2월이나 3월에 모두 정리할 마음으로 들어갔다.
운이 좋으면 원금에 3배에서 5배까지 노려본다. 반대로 운이 없으면 5분의 1쪽이 날 수 있다. 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투자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나자, 생각보다 수익이 컸다. 수익을 보자 사고 싶은 코인이 자꾸 생겨났다.
이번에는 투자 방법을 바꾸었다. 기존에 있었던 이더리움을 팔고 그 돈으로 알트코인으로 갈아탔다. 이더리움은 국내거래소에 3.8개, 해외거래소에 3.6개가 있어 해외에 있는 것만 가지고 가기로 결심했다.
예전처럼 사고 싶을 때마다 돈을 입금해서 투자하면 위험 부담이 커진다. 지금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내년 상반기까지 쭉 올라가면 좋겠지만, 하루에도 30% 이상 등락 폭이 큰 코인에 많은 돈을 투자하면 나의 모든 생활이 마비된다.
지난 7년간 수익 낸 금액의 반만 투자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했다. 방식도 예전과 다른 규칙을 세웠다. 우선 무조건 100%로 수익이 나면 25~50%가량 매도했다. 매도한 금액은 재투자 하지 않고 나의 통장으로 이체시켰다.
이렇게 원금을 우선 챙기기로 했다. 남은 금액은 내년 초에 한꺼번에 정리하는 걸로 마음먹었다. 8년 전을 기억해 보았다. 그때도 반감기 지나고 늦은 봄부터 떨어진 걸로 기억이 난다.
이번엔 시작이 그때보다 빨랐기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후에 모두 정리할 예정이다. 이런 나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주 전만 해도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내가 다시 돈을 위해 코인에 손을 대고 있었다.
코인과 주식은 합법적인 도박이라더니 지금 내 모습이 도박에 중독된 모습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뭔가 손해보는 이 기분은 무엇일까? 지금 주식 계좌는 마이너스 70%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정신 못 차리고 코인에 손을 대는 내 모습을 보며 쓴웃음이 나왔다.
세상에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믿지 못한다. 하지만, 돈이 나를 지배하도록 두고 싶지는 않다. 병상에 누워 하루하루를 견디는 동안, 투자는 내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행위이다.
죽음 앞에서도 돈을 추구하는 내 모습에 “만족의 끝이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끝은 없었다. 지금 있는 돈과 나오는 보험금으로도 나의 생활엔 어려움이 없다. 그럼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나에게 말한다.
“코인 투자에 행복을 느낀다면 해야지! 하지만 항상 원칙을 지키며 돈에 끌려다니지 말자. 내 몸이 최고라는 걸 잊지 말고 병원 생활에 활력소가 될 정도로만 하자! 나를 망치지 않을 정도로 투자라는 게임을 즐기자!”라며 끝이 없는 욕망 속에서 나 자신을 다독인다.
어쩌면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내년이 오기 전에,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내 몸은 또 다른 신호를 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내가 정한 원칙에 따라 내 삶을 즐길 것이다.
오늘도 나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며, 핸드폰을 열어본다. 빡빡한 치료를 준비하기 전, 내 삶의 작은 활력소인 플러스 된 코인 계좌를 살펴보고, 쪽박 난 주식 계좌를 보며 살아있는 나를 확인한다.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