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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m Oct 21. 2024

<6편, 완결> 교실을 떠날 준비

민정이는 계속 기억을 떠올렸고 글을 썼다. 사람들 말처럼 8년 차 즈음 돼서 결혼하거나 애가 있어서 이 시기가 정신이 없어서 훅 지나가는 구간이어야 했을까? 민정이는 내 편이 있는 게 참 든든하겠지만 남편이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정이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언니들을 봐도, 참으로 행복한 시기를 지나 청구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가장 행복할 때 등에 칼 꽂는 게 불행이라고 했던가? 안타까운 일을 너무 많이 봤고 남편이 나를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올해가 교통사고 같은 해였을까? 학생들도 힘들고 관리자도 이상하고? 민정이 주변 사람들은 교장이 꼭 초등학생처럼 행동하고 교감도 이상하다며 내년은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럼에도 민정이는 생각했다.

교통사고 같은 상황에서 조직이 주는 해결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고, 결국 교사 하나 갈려나가고 번아웃 되는 이 구조가 현실이라고 말이다. 


서울에 있는 민정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학교 바이 학교별로 힘든 상황이 다 달랐다. 대장 아파트 학군지는 대장 아파트 부심대로, 생활이 힘든 지역은 생활이 힘든 지역대로 다 힘들었다.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학군지가 아니어서 그럴까? '라고 친구가 물어봤다. 서울 남쪽 모 지역에서 교사 생활을 하는 민정이 친구는 여기는 문제행동 낌새가 보이면 어떻게든 그 학생을 전학 가게 만들고 테두리를 지킨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어. 대신에 거기는 자식싸움이 부모 싸움이 돼서 변호사들끼리 싸우잖아? 부모가 전화로 제가 000 소속이라고 계급장먼저 밝힌다며?" 민정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민정이는 노조에 인터뷰 신청을 해서 이 상황을 알렸다. 사람들이 모두 놀랬다. 학급 구성부터 관리자 행태까지 정상적인 것이 없었다. 뭘 바꾸려고 인터뷰를 한 건 아니고, 어디 가서 이야기는 해야 속이 편하니까 민정이는 그냥 다 말했다. 


그리고 민정이는 소설을 썼다. 올해 교실을 소재로 소설을 썼는데 민정이가 올해 겪은 일들이 소설 같았다. 소설을 연재하며 내부고발이라고, MZ가 무책임하다는 댓글도 달렸지만 그럼 너네가 겪어보라고 생각하며 댓글을 지웠다. 


소설을 쓰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니 힘들었냐고? 민정이는 후련했다. 왜냐하면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고 이 정도면 아주 씩씩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정이는 소설을 쓰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자라면서 세상한테 받은 것들은 내가 교사 생활하면서 전부 다 갚았다. 우리 엄마랑 외할아버지가 남을 도우며 살면서 이미 내 곳간에 덕을 가득 쌓아뒀는데 여기에 내 손으로 덕을 더 얹어놨다.' 


민정이는 소설을 해피엔딩으로 마쳤다. 민정이는 생각했다. '소설은 소설이고, 남은 올해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다 지나가니 이 흐름을 즐기자.' 남은 올해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민정이에게는 버틸 수 있는 단단한 힘이 생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정말 소설일까요?  




소설가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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