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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m Oct 21. 2024

<5편> 교실을 떠날 준비

기다리던 여름방학식날이 왔다. 오늘도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카톡을 봤는데 갑자기 웬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교장이 카톡으로 여름방학 잘 보내라고 커피 기프티콘을 보냈다. 민정이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꼬인 게 아니라 '이걸 왜 나한테 보냈을까?' 궁금했다. 단체로 보낸 것일까 봐 주변 선생님께 물어보니 자기는 못 받았다고 했다. 직무와 관련된 선물은 받지 않겠다고 정중히 거절 의사를 밝혔고 카톡 선물은 반환처리했다. 교장에 대한 반감을 떠나 선물을 왜 보내는지 궁금했다. 관리자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은 기프티콘이 아니지 않나? 


민정이는 학생들을 하교시킨 뒤 맞은 학생 어머니와 때린 학생 어머니께 연락을 드렸고 정신없이 업무 정리를 했다.  그리고 방학식을 맞이해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점심 식사를 갔다. 정신과 진료가 늦을까 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식사는 금방 끝났다. 식사 내내 불편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니긴 했다. 이 학교 업무분배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학년 부장은 방과 후부장이 주말까지 학교에 나오는 이유가 자녀가 없고 집이 학교 근처라 그렇다고 추측하는 말을 했다.  30대 초반 선생님이 연구부장을 하는 것은 연구부장이 관련 대학원에 나와서 그렇다고 했다. 다른 60대 선생님은 민정이보고 학교가 싫겠지만 그래도 이 학교가 편한 편이라고 말했다. 60대 선생님은 업무가 없어서 학교가 편하다고 하는 게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이 갈려나가고 있는 게 민정이 눈에도 보이는데... 하긴 민정이 어머니는 고경력인데도 부장을 맡고 일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유니콘이라고 했다. 민정이 어머니는 나이 먹고 일 안 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내년 명예퇴직하지만 부장 일 한다고 한다. 


그 외에 식사 내내 나온 이야기들은 그냥 신변잡기 같은 이야기였다. 2년 전 1학년 부장은 그렇게 남편 욕을 해서 회의 내내 불편했는데 올해 이야기들은 그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올해 학년 부장은 내일 아들이 교회 수련회를 가는데 걱정된다며, 자기 아들 6학년인데 아직도 자기랑 잠잔다고 말해 민정이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들과 사이가 좋은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꺼낸 말일까? 듣는 사람은 '저 집 아들은 참 독립성 없네'라고 생각이 들던데... 60대 선생님이 그럼 남편은 어디에서 잠자냐고 묻자 다른 방에서 잠잔다고 했다. 민정이는 "아들이랑 남편이 바뀌었어요~"라고 멘트를 쳤고 모두들 웃었다. 


식사가 끝나고 민정이는 정신과에 가서 2학기에 휴직을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컸고 학생들, 학부모들도 힘들었지만 관리자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 방학식 전부터 2학기에 휴직할 수 있다고 관리자에게 말해뒀고 방학중에 휴직을 확정하는 연락을 했다. 교감은 전화가 와서 이 모든 상황은 선생님이 나으면 되는 거라고 말했는데 아프면 바로 쉬라고 사람 좋게 말하던 이전 모습과는 달랐다. 통화녹음을 다시 들어봐도 태도가 바뀌었다. 통화 내내 화를 내고 싶었지만 민정이는 어른한테 예의 없이 행동하는 걸 제일 싫어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전화 통화를 마쳤다. 


민정이는 작년 이 학교에 병휴직을 내신 선생님을 대신해서 온 시간강사 선생님이 민정이 학급을 맡아주시기로 했고 기간제로 채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급 인수인계를 위해 학교로 갔고 교감, 교장과 잠깐 이야기를 했다. 교감은 교장으로 승진해서 이 학교를 떠나는 상황이었다. 교감은 민정이에게 "우리에게 마지막 부탁할 게 있어요?"라고 물었다. 민정이는 순간 빙긋 웃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폼 잡고 있네. 부탁이라...? 장훈아(교감 이름), 넌 원래 나한테 버린 카드였어. 사람이 변하니? 작년 네 이야기 듣고 너는 진작 포기했다? 부탁은 무슨...' 교장은 사람 좋게 웃으면서 건강이 최고라며 잘 쉬고 오라고 말했다. 민정이는 웃으면서 잘 쉬고 나아서 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기 때문에 아픈 건 모르고 끝까지 사람 좋은 척이다.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올해는 유독 더웠다. 어른들도 더우면 모든 게 짜증 나는데 학생들은 더 할 것 같았다. 민정이는 학급 상황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잠깐 잊기로 했다. 스트레스로 염증이 심했는데 일단 염증을 잠재우는 게 우선이었다.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잠도 푹 잤다. 민정이는 생각했다. '올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나보고 무엇을 배우라는 것일까?' 올해가 주는 교훈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하던 민정이는 이게 바로 교실을 떠나라는 신호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민정이는 여전히 지하철에서 엄마랑 웃고 있는 두 어린이를 보고 어린이들이 귀여웠고 아직 인류애는 남아있다고 느꼈다. 교직을 떠난 민정이 친구들은 "학생들은 좋은데 부모들이랑 관리자들이 너무 싫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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