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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m Oct 16. 2024

<4편> 교실을 떠날 준비

민정이 학교 교장은 아주 권위적인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사람 좋은 척하지만 왕도 아니면서 이 작은 학교에서 제왕적인 태도로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했다. 7월이 되자 민정이 교장은 중증자폐 지원이가 이 반 분위기가 안 잡히는 원인인 것 같다며 지원이가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정이는 기가 찼다. 지금 특수학교에 자리가 없어서 지원이보다 더 심각한 학생들도 일반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상황인데... 그리고 교장은 자기가 학부모한테 이 학생은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라고 말하면 민원, 처벌의 소지가 있으니 자기는 직접 못 말하고 학부모가 수업을 참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정이는 지원이가 힘들었지만 밉지 않았고 지원이가 특수학교에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통 1학년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지내보고 학교를 옮기지 않나... 입학한 지 4개월밖에 안된 학생을 바로 특수학교 보내라고? 학생의 상황을 학부모에게 공유하고 학부모가 학생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교육적인 입장에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교장의 맥락은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민정이는 관리자와 대화하는 모는 내용을 녹음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집에서 다시 녹음기를 켜서 들어봐도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교장은 자기가 교감 시절에 학생들을 특수학교에 보냈는데 다들 만족했다는 옛날이야기를 언급하며 자기 업적에 취해 있었다.


교장은 집착했다. 민정이가 학부모 참관 날짜를 잡았는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시행정이었다. 민정이가 도와달라고 먼저 요청하지 않았는데 민정이가 급식실 앞에서 규칙을 안 지키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급식 줄을 세우는 것을 보자 교장이 갑자기 오늘부터 자기가 급식지도를 하겠다고 했다. 몇 마디 좋은 말을 했고 급식 시간에 위험한 행동을 하는 학생을 데려다가 자기 옆에서 밥을 먹게 했다.


몇 번 급식 지도 했냐고? 딱 3일을 그랬다. 그리고 3일째 되던 오후에 교장은 민정이보고 학생들이 급식 태도가 훌륭해졌다며 상으로 쿠키를 나눠주라고 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교장이 갑자기 민정이 교실로 들어오더니 학생들에게 훈화를 했다. 여러분이 훌륭한 00 초등학교 학생이라고 하며 담임선생님께 쿠키를 맡길 테니 맛있게 먹으라고 했다. 스스로 노력한 것에 대한 쿠키이니 더 맛있을 거라고 훈화했다.


민정이는 쿠키를 받고 기가 찼다. 벌크형 봉지째로 쿠키가 있었는데... '밥 다 먹고 지금 손 씻기고 또 쿠키를 주라고? 아님 그냥 쿠키 맛있게 먹으라고?'. 기쁜 마음으로 쿠키를 나눠주고 싶었다. 교장이 딱 3일만 급식 지도 한 게 아니라 최소 1주일은 지도했다면 기뻤을 텐데. 민정이는 쿠키가 개별 포장이 아니라서 돌려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쿠키를 교장실에 돌려드렸다. 그리고 교장은 삐졌다.


그리고 7월 18일은 작년 교직의 슬픈 날이기도 했지만 지원이 학부모님이 수업 참관을 하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작년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 슬픈데 참관수업이라니 민정이는 더 기운이 없었다.


기운이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민정이. 교장, 교감에게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진짜 이 교실을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급식 지도를 남은 1학기(그래봐도 10번 더 ) 도와달라고, 교장님의 행태를 전시행정이 아닌 민정이네 반을 도와주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교장 교감 포함해서 남자들이 잘 삐지고 인정욕구 눌리면 답이 없다는 것 잘 알지만... 교장은 3일 지도의 부작용을 모르는지 민정이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또 입을 나불거렸고 급식 지도는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난 도와줬고 할 일 다 했다는 태도였다.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호의는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멕이는 것이다. 그래놓고 교장은 교사를 지키는 수호자 코스프레를 하니 기가 막혔다.


메시지를 쓰니 후련했다. 7월 18일에는 마침 비까지 와서 지각하는 선생님들이 조금 있었는데 메시지함을 보내니 교장도 지각인 것 같았다. 5교시에 민정이는 공개수업을 했고 지원이는 평상시처럼 소리 지르고 울고 수업을 거부했다.


이 모든 장면을 지원이 어머니가 보셨고 날씨에 작년 그 일까지 겹쳐 민정이는 하교지도를 하면서 울었다. 친구들과 주변 선생님과 이야기해 봐도 이 교실은 거의 교통사고에 가까운 구성이고 실제로 나중에 노조 인터뷰를 했는데 이 교실 상황은 교실의 여러 이야기를 듣는 노조 사람들도 당황스러워할 정도였다.


 학교와 교장이 도와주는 것들이 민정이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역효과로 돌아오는데 답이 보이지 않았다. 힘내서 병가 끝내고 돌아왔는데 변한 것이 없었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교장이 3일 급식 지도한 사건도 옆 반 부장은 "자기 도와주려고 교장님이 그런 거잖아"라고 새끼 관리자 같은 소리를 했다. 동료도 저러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정이는 방학을 앞두고 휴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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