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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롱 Sorong Aug 11. 2023

포토카드(a.k.a. 포카), 그 의미에 대해 (1)

[케이팝101]

최근 직장에서 상무님의 이런 볼멘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가 생일 선물로 아이브 포카를 사달라고 하는데...도대체 그게 뭐라고..."

요즘 핫하다는 걸그룹 아이브는 알겠는데 '포카'가 뭔지, 그리고 그냥 사진이 프린트된 종이 조각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아무래도 윗세대분들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은 그 '포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포카'란 '포토카드'(이하 '포카')의 줄임말로, 카드 크기로 아이돌의 사진을 프린트한 굿즈이다.

최근의 포카의 획득 경로는 그야말로 정말 다양한데,

앨범 구매, 앨범 판매처별 특전 획득, 팬사인회 응모, 럭키드로우 응모, 굿즈 구매, 광고 제품 구매 등의 방법이 있다.

각 경로별 포카의 종류는 모두 다르며, 심지어 그 안에서도 n개 종류의 포카를 발행해 아이돌별 포카 종류는 순식간에 엄청나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포카의 시초는 2010년 소녀시대의 정규 2집 'Oh!'라고 알려져 있다.

포카의 시작에 대한 배경은 알려진 바가 없으나, 아마 초기에는 단순히 휴대성이 좋은 '내 손안의 소녀시대' 정도의 컨셉으로 팬들을 위해 도입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렇게 당시 국내 엔터계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던 SM엔터테인먼트를 따라 경쟁사들도 우후죽순 포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소녀시대 'Oh!' 포카 (출처: 중고나라)

이렇게 시작된 포카는 지금, 아이돌 팬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포카에 행여 흠집이나 구겨짐이라도 생길까 팬들은 '슬리브'나 '탑로더'에 고이 넣어 보관하고,

이러한 보관이자 보호의 도구인 '슬리브'와 '탑로더'를 여러 가지 스티커로 꾸미기까지 한다. 

(이를 탑로더 꾸미기, 줄여서 '탑꾸'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포카 예절샷'이라는 것을 들어봤는가?

'포카 예절샷'이란 주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 포카와 함께 음식을 찍는 것을 의미한다.

꼭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풍경, 최애 관련 행사 방문 등 다양한 상황에서 팬들은 '포카 예절샷'을 촬영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카 예절샷을 찍을 수 있도록, 혹은 그냥 어디서나 꺼내어보고 싶어서

팬들은 항상 포카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이처럼 포카는 아이돌 팬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아이돌의 사진이 프린트된 종이일 뿐인데, 왜 팬들은 포카에 열광할까?


우선 첫 번째 이유는 포카는 주로 공식적으로 발매된 '미공포(미공개 사진으로 만든 포토카드)'라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세간에 공개된 적이 없는 아이돌의 셀카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셀카를 내 손안에 넣을 수 있다니,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아이돌의 셀카는 친밀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필승 각도'로 촬영되어 비주얼이 극대화되니 말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심지어 이러한 미공개 셀카가 카드 크기로 발매가 된다는 점에 있다.

카드 크기의 굿즈이기에 팬들 입장에서는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꺼내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랜덤'이 주는 재미와 성취감이다.

포카는 주로 여러 가지의 종류 중 랜덤하게 1~2장 증정이 된다.

이에 그 수많은 종류 중 내가 원하는 최애의 포카를 획득했다는 점이 팬들에게 굉장한 뿌듯함과 재미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를 팬들은 '최애가 나에게 왔다.'라고 표현한다.)

아이브(IVE) 포카 (출처: MY SOUND)

이러한 포카는 단순히 '팬들이 열광하는 굿즈' 정도의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포카는 이렇게 필자가 관련 글을 단독으로 작성하고 있을 정도로 K-pop 신에 엄청난 영향을 몰고 왔다.


생각해 보자.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굿즈 'A'가 상품 'B' 구매 시 '랜덤'하게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 해당 굿즈 'A'가 나올 때까지 몇 개고 상품 'B'를 구매하게 될 것이다.

그 말인즉슨, 1인당 상품 'B'를 1개가 아닌 n개 구매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K-pop 아이돌 업계에는 이례적인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10만장 판매도 어려웠던 앨범이 이제는 가볍게 100만장 판매를 넘어서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 예시를 들자면,

2011년 발매된 에프엑스(f(x))의 정규1집 '피노키오'는 약 6만장, 

2016년 발매된 트와이스(TWICE)의 미니2집 'PAGE TWO('CHEER UP' 수록)'는 약 20만장 판매되었다.

그에 반면 2023년 발매된 에스파(aespa)의 미니3집 'MY WORLD('SPICY' 수록)'는 약 210만장 판매되었다.

(심지어 세븐틴(Seventeen)은 미니10집 'FML'로 약 620만장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물론 최근의 앨범 판매량은 팬덤 간의 초동 및 총 판매량 경쟁으로 인해 점점 더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경향이 크다.

'내 가수'에게 앨범 판매량 신기록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앨범 판매량 증대의 초기 도화선은 역시나 '포카'이다.

포카의 등장으로 기획사들은 포카의 랜덤성이 줄 수 있는 매출 증대의 효과를 알아차렸다.

이에 다채로운 컨셉을 표현한다는 명목으로 앨범의 버전을 다양화하였으며,

자연스럽게 버전마다 포함되어 있는 포카의 종류도 함께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팬들은 최애 포카를 얻어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렇게 인당 n개의 앨범을 구매하는 시대가 열렸으며,

음반 인플레이션 현상의 막이 오르게 되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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