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변에
아무도 없다
물새들 뛰놀던 강변 위를 스쳐 온 찬바람만
길게 한숨소리를 내뿜고 쓸고 간다
겨울 강은 지친 몸 기대 쉴 곳조차 없이 삭막하다
노을처럼 타오르고 싶었던 젊음의 한 때가 지나갔다
내 마음의 뜨락에 정든 얼굴들이
겨울바람에 휘몰리는 낙엽처럼 하나둘 사라져 갔다
강변에서 쩡쩡거리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말을 멈추면
오늘 밤 길고 진한 꿈으로
그리운 이름들이 마음에 내려앉을까
강변을 거닐며 매운바람의 끝자락에 고개를 숙였다
덜 녹은 눈덩이 사이사이
초록빛 들풀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 줌 볕살을 받고 있다
눈이 부시다
살아 있는 것은 눈이 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