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변에

by 순례자

겨울 강변에


아무도 없다

물새들 뛰놀던 강변 위를 스쳐 온 찬바람만
길게 한숨소리를 내뿜고 쓸고 간다

겨울 강은 지친 몸 기대 쉴 곳조차 없이 삭막하다

노을처럼 타오르고 싶었던 젊음의 한 때가 지나갔다

내 마음의 뜨락에 정든 얼굴들이

겨울바람에 휘몰리는 낙엽처럼 하나둘 사라져 갔다

강변에서 쩡쩡거리며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말을 멈추면

오늘 밤 길고 진한 꿈으로

그리운 이름들이 마음에 내려앉을까

강변을 거닐며 매운바람의 끝자락에 고개를 숙였다
덜 녹은 눈덩이 사이사이

초록빛 들풀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 줌 볕살을 받고 있다

눈이 부시다

살아 있는 것은 눈이 부시다

금, 토 연재
이전 08화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