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
눈 길을 푹푹 밟고 지나 산사를 찾았다
산자락은 눈꽃 만발하여 눈이 닿는 곳마다 아름답다
찬바람이 단청 벽 고요히 지나고
따스한 볕살은 섬돌 위에 빛난다
목탁 두드리는 소리 하늘가 은은히 울리고
솔가지 가는 떨림에 새들도 저마다 운다
숲 속과 세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당 어귀에 서니 스님의 독경 소리가
우는 아이를 달래는
나직한 목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하루 종일 노동에 지쳐 곤히 잠든
아버지의 고단한 코골이 소리로
들리는 듯도 하다
흐르는 냇물 위로 석양이 진다
지는 해는 거친 들로 떨어지고
까마귀들 저무는 마을에 내려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