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소나무 숲을 질러가는데 눈이 쌓여
세상이 온통 하얗다
눈벌판에 첫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
마구 밟아 보지만 눈이 덮고 또 덮으며
내려 쌓인다
소쪽새 우는 창가에 앉으니
생각은 맑고 깊어진다
어둠은 짙어가고 겨울밤은 길기만 하다
시렁 위에 뜨끈한 옥수수 향기 방안 가득하다
아득히 바람 치는 하얀 들판 위로
내 청년의 여름날을 추억하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새벽녘 앞마당 뜨락에 감나무 위에서
까치가 짖는다
섬돌엔 겹벚꽃 송이 같은 눈이 수북수북 쌓였다
숲 속 끝에서 새벽 종소리가 들린다
*사진: 겨울 전남 강진 김영랑 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