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화 성탄절에 출항하는 배 (3)
개성은 진정한 우아함의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말하며
긴 스커트를 #NewLook 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크리스티앙 #디오르
1957년 오늘(10월 24일) 그는 사망했고, 15년 후에는 디오르에서 그를 추모하며 그가 좋아하는 요리 레시피북을 한정 배포했다는 이야기를 써야 하는데, 여전히 웹소설 집필중이라 소설을 대신,,,올립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사나이!“
영혼 없는 눈빛으로 허공을 쳐다보며 읊조리듯 사장 아저씨가 뱉은 말이다.
이런 식으로 한 줄의 슬로건 같은 말을 내뱉으시고, 나의 의견을 가끔 묻곤 하시는데,
그때마다 사장 아저씨는 정신 나간 놈처럼 보였다.
”단 한 권의 뭐라고요?“
”단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사나이!“
”응, 나 말이야! 단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아저씨, 이러면 이상하잖아~“
”그런데, 어떻게 책 한 권으로 도서관을 만들어요?“
”으흐흐흐흐흐“
사장 아저씨는 멋지게 미소를 날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의 그 썩은 얼굴에 토핑된 미소를 보며 느낀 나의 감정 결과는 달랐다.
동내 바보 형같았다.
”170년 전에 처음 출간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
그 한 권의 전 세계 판본을 모아 모아 모아서! 도서관을 만드는 거지!
고래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지구상 가장 거대한 생명체잖아?
어린 시절 다들 고래 한 마리 정도는 자기 대가리 속에 키워봤을 거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마음속에 고래 한 마리 갖고 살잖아!“
"지난 170년간 전 세계 출판사 편집장과 그 책의 표지와 삽화를 그린 화가들도 그랬을거야.
위대한 문학 ‘모비딕’ 표지 한 장에, 신성하고 두려운 고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자신의 영혼을 갈아 넣어서 그렸을 거야!
상상해 봐 멋진 표지들~ 고래 그림들~ 그 다양한 상상력~
그래서, 나라별로 시대별로 표지 전시만 해도 엄청난 아트페어가 되고, 볼거리가 될걸?
책은 보는 거야! 읽는다는 생각을 버려! 표지만 보면 다 본거쥐~“
몇 개월 후, 사장 아저씨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똑같이 보고도 엄청난 다른 시각의 책 표지를 그렸다.
그리고 미술 작품으로 손색없는 그래픽의 <모비딕>을 지금도 찍어내고 있었다.
세상 바보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사장 아저씨였지만, 예측은 논리적이었고,
자신감 하나는 월드클래스였다.
”므찌제~“
사장 아저씨는 역시 나의 반응과 눈치를 살펴보셨다.
나의 적극적인 호응 또는 방청객 수준의 물개박수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사장님을 또 실망하게 했다.
”그런데, 사장님!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어요.“
”책 모아서 만들지!“
”돈은요? 사장님은 ‘그지’시잖아요. ‘그지’ ㅠㅠ“
‘그지’라는 소리는 모기 날개짓 만큼 작은 목소리로 내 목구멍에서 윙윙거리고 튀어나왔다.
사장 아저씨는 그 큰 대가리에 매달려있는 듯한 인형 눈까리 같은 튀어나온 두 눈동자를 몇 번 굴리더니 이렇게 말했다.
”스타벅스가 돈을 낼 거야!“
나는 그 순간 생각했다.
사장 아저씨가 미쳤거나~ 스타벅스 회장의 숨겨둔 아들이거나~
모비딕은 마침내 세 번째 물 위로 떠 올랐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 거대한 고래는 포경선 피쿼트(Pequod) 호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그 순간, 죽음을 직감한 포경선 갑판 위의 세 명의 항해사는 각기 마지막 유언처럼 한마디씩 말을 던진다.
일등항해사 내 그렇게 평생을 하나님을 섬겼는데 이것이 내 기도의 결과인가?
여자처럼 기절해서 죽진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하나님, 제발 내 곁에 서주소서!
이등항해사 햐~, 빨간 버찌 단 한 알을 먹고 싶다. 내 고향의 그 열매를 먹고 싶다.
삼등항해사 난 버찌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버찌가 자라는 곳으로 가고 싶다.
내 엄마가 급료를 미리 받아두었으면 좋았을걸, 땡전 한푼 가지지 못할 테니까
왜냐, 항해는 이것으로 끝났으니까.
<허먼 멜빌, 『모비딕』 중에서>
......
‘피쿼트호’는 인종의 도가니(Racial Melting Pot)였다.
아프리카계 흑인부터 식인종 부족의 퀴퀘그. 중국계부터 조르아스터교 신자들까지 전 세계 인종들이 포경선 ‘피쿼드호’를 타고 오로지 모비딕을 잡기 위해 낸터켓 항구를 크리스마스날 출항했다.
오로지 ‘모비딕’을 잡기 위해 광기에 사로잡힌 백인 ‘에이하브’ 선장이 항해의 독재자였지만
유일하게 미친 선장을 설득하려 한 항해사가 있었다.
”그 일등 항해사 이름이 스타벅(Starbuck). 바로 이 사람이야!“
사장 아저씨는 1956년 제작된 영화 모비딕(한국에서는 ‘백경(白鯨)으로 개봉되었다) 영화의 한 장면으로
홀 모니터에 띄웠다.
”친애하는 알바님! 스타벅스 알지?“
”스타벅스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가본 적이 없다. 스타벅스의 ’아아‘는 내게 비쌌다.
”1971년 시애틀의 세 명의 청년이 카페를 창업했는데,
그 청년들이 모두 ’모비딕‘의 열광적인 팬이었고, 특히 한 인물을 사랑했어.
주인공 선장 ’에이하브‘도 아니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설의 화자 ’이스마엘‘도 아닌!
일등항해사 ’스타벅‘을 동경했지!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카페 브랜드를 ’s’를 붙여서 ’스타벅스‘로 정한 거야!“
”......“
”스타벅스가 ’단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사나이‘,
즉 나를 도와줄 거야! 책도 사주고, 도서관도 지어줄 거야!“
사장님, 설명은 이러했다.
지금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주가 폭락으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격하자, 스타벅스 노조는 ’팔레스타인을 연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정치,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스타벅스는 글을 올린 노조를 고소했는데,
이스라엘 편드는 거라는 낙인이 찍혔고,
미국의 대학가와 이슬람 국가에 있던 스타벅스 매출이 38%이상 폭락하면서
스타벅스 주가도 폭락해 버렸다.
”이렇게 스타벅스가 오해받을 때,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한 거야!
전 세계 78개국 2만8,587개 매장에서 보내주는 ’모비딕‘
세계 모든 언어로 번역된 책 2만8,587권의 모비딕을 한국의 소멸해 가는 도시에 보냅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단 하나의 도서관으로 한 도시를 되살려냅니다!
므찌제?“
”...“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이 펼치는 아주 저렴한 마케팅!
하지만, 지금 씌워진 오명을 세탁하기엔 최고, 최대의 효과를 내는 스타벅스를 위한 최고의 마케팅!
이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야!“
놀이공원과 테마파크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다.
신나는 탈것들이 한곳에 모여있으면 놀이공원! 즉, 어뮤즈먼트 파크이고,
하나의 콘텐츠 또는 테마로 그런 놀이 시설이 구성되어 있으면 테마파크였다.
즉, 디즈니랜드에 가면,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가 있고
지금까지 상영된 각종 디즈니 극장판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한
다양한 마차, 자동차, 비행기 등이 탈것으로 변신하여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등장했던 애니 속 음식들도 현실에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책 보는 사람 점점 줄잖아요..... 가느할까요?“
”책을 읽던 시대는 끝났어. 책은 보는 것이라니까!“
사장 아저씨는 구글에서 ’mobydick book cover’라고 검색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예상대로 정말 다양한 고래를 테마로 한 이미지들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콘텐츠가 부족하지 않을까요?“
”절대, 네버(Never)! 오히려 차고 넘치지!
너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고 했지? 그럼, 요나를 알겠네?“
나는 종교의 자유를 선택한 적 없는 기독교 신자로 태어난 아이다.
즉, 모태신앙.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니다 보니, 계속 다닌다.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나’ 어린 시절 여름 성경학교에서 읽은 ‘요나서’ 이야기는 정말 재미가 있었다.
하나님 말씀을 거역하다가 고래 뱃속에 갇혔던 요나 이야기.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도 있지.
1940년에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서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배를 탄 채로 고래 배에 들어가서 거기서 낚시를 하지.
1953년 영화 ‘형제는 용감했다’에서도 거대한 고래를 잡아서 해체하는 장면도 상세히 나오고!
손예진 주연의 영화 해적(2014년)에도 고래가 나름 주인공이잖아?“
”...“
”우린 청룡열차가 아니라, 고래열차를 만들면 되는거야!“
사장 아저씨는 자신만만했다. 온갖 고래 테마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고래 풍선, 고래 인형은 당연했다.
”바다 위의 로또 알아?“
사장 아저씨는 또 내게 질문했다. 로또는 알지만, 바다 위 로또는 금시초문이었다.
”고래똥! 수컷 향유고래의 똥은 바다 위의 황금 로또야!
용연향! 네 가방 크기면 35억 정도할 껄?“
고대 중국의 황제들이 좋아했다고 하여 ‘용의 침으로 만든 향료’라고 하여
수컷 향유고래의 똥은 ‘용연향’이라 불린다.
모비딕도 향유고래이기에 모비딕 테마공원에서는 ‘용연향’을 이용한 향수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옛날엔 고래 수염으로 여자 속옷도 만들었거든, 코르셋!
다양한 굿즈 제작이 가능하단 말이야!“
그렇다면, 모비딕으로 가능한 음식은 뭐가 있냐고 물었다.
”‘멱을 감다’란 말 알니?“
”목욕한다는 뜻 아니예요?“
”그래, 우리는 목욕하는 것도, 산후 조리과정에서 미역을 먹는 것도 고래에게 배웠어~“
이건 사장 아저씨의 구라가 아니었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역사적 사료들이 상당히 있었다.
”게다가, 소설 모비딕에서 아주 맛있는 클램차우더 이야기가 나오지.
다양한 음식들도 당연히 나오거든. 게다가 럼주도 배에서 나눠 먹으나 주류도 있고!
다 있어. 하나의 테마파크로 놀꺼리, 볼꺼리, 먹거리!“
”오늘 우린 복수를 향한 항해가 시작되었으니까, 내가 6개월 안에 ‘단권도사’가
(단 한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사나이의 줄임말) 첫 고래를 잡아 올리도록 준비할게!“
나는 그날 사장 아저씨의 이런 약속을 흘려들었는데 진짜 6개월 후에 큰 사고를 치셨다.
나는 사장 아저씨가 그날 술에 취한 듯 떠든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추진되어 나갈 줄은 상상을 못 했다.
”꽉 빌리브 미!“
사장 아저씨는 자신의 시그니처와 같은 대사를 내뱉었다. “꽉 빌리브 미!“는 ”나를 꽉 믿어!“란 말이었다.
그때, 누군가 출입문을 열고, 홀로 내려오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말쑥한 젊은 신사.
”어, 우린 예약 손님만 받는데요?“
그는 손님이 아니었다. 심부름을 온 것이었다.
”비디오걸이 선생님께 보내는 것입니다.“
지난달 미각을 잃은 발효 명인과 함께 가게를 찾았던 그 며느리가 보낸 것이었다.
아주 고운 보자기로 쌓여온 물건이었다.
심부름을 온 잘생긴 아저씨는 배달 물건을 전하고 가게를 떠났다.
”뭐야? 친애하는 알바님이 확인해 봐!“
이미 사장 아저씨는 이것저것을 검색하고 있었다. ‘단권도사’ 프로젝트는 그렇게 출항한 것이다.
나는 보자기를 풀기 시작했다.
”악~ 이게 뭐야!“
나는 비명을 지르고 넘어졌다. 놀랬다기보다 어지러움에 쓰러졌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본 것이었다.
사장 아저씨도 친애하는 알바를 넘어뜨린 흉측한 물건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