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아웃 12:00, 체크인 2:00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제주도는 매일매일 비가 내린다. 월요일 제주도에 도착한 이후 하루도 쨍한 날이 없으니 날은 제대로 잡고 왔나 보다. 겨울은 겨울인가 보다. 비행기를 타며 트렁크 속에 넣었던 패딩 점퍼를 첫날부터 꺼내 입고 다닌다. 따뜻하고 포근한 휴양지를 기대했지만 매일 내리는 비로 인해 춥다. 전날 자동으로 꺼지는 전기매트 때문에 새벽에 추웠나 보다.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느껴져 도 내 의원에 방문했다. 동네 의원이라 그런지 정감 어린 사투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몇 가지 처방받은 약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약 때문인지 졸려 잠이 들었다. 덕분에 새벽 아시안컵 경기를 멀쩡하게 시청했다. 손흥민 선수의 멋진 골에 사커루 팬들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아주 조금 통쾌해졌다. 제주에서 먹고 마시고 아프고...
제주 살이에 관심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고 조용히 쉬고 싶어서 떠나온 휴양, 몸이 아프니 자연스레 휴양에서 요양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는 언제부터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이 3시 또는 4시, 11시가 되었을까. 자고 일어나면 체크아웃이고 체크인하면 저녁이다. 내 기준에는 호텔은 12시 체크아웃, 2시 체크인이 여전히 정석이다. 이런 호텔의 시스템도 제주만의 컬처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아쉽기만 하다. 당장 내일 머물 숙소를 찾아야 한다. 12시 체크아웃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