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하는 이유
아직 11시다. 밖으로 나가 해변으로 가서 서핑도 해야 하지만 정작 몸은 침대 위에서 편의점에서 1+1 프로모션으로 사다 놓은 달달한 코너커피를 마시며 머물고 있다. 나가면 덥고 더우면 금방 돌아오고 싶어 진다. 피크 타임을 놓쳐 파도도 별로다. 이따가 오후에나 가야지 하다 보면 또 금방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더워서 낮잠 한번 자면 또 저녁이 되고, 저녁이 되면 슬슬 기어나가 먹고 마시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이렇게 보낸 시간들이 모이고 모여 한 주, 한 달, 일 년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서둘러 몸을 움직여야 한다. 다행히 오늘은 숙소를 옮기는 날이다.
원래라면 조금 더 머물러야 했는데 풀 장에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물의 온도가 너무 차다. 풀 사이드에서 수영이라도 하면서 지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닭장에 갇힌 닭처럼 테라스로 나와 옆집, 맞은편 집 사람들과 원치 않는 눈인사를 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떠나야겠다. 다행히 발리에서 숙소 예약은 호텔에 머물면서 연장을 하는 케이스라 방이 꽉 차지 않는 한 원하는 기간 동안 조금씩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위치는 좋고 가격도 해변과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물이 차다. 오며 가며 눈여겨보고 직접 컨디션까지 확인한 숙소로 옮길 예정. 며칠 머물렀다고 한국의 내방보다 더 지저분해진 상황. 트렁크에 짐을 싸는 것도 문제다. 이것저것 한국 가면 버릴 쓰레기들을 사모았더니 트렁크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근처 서핑보드 백 만드는 곳에 가서 가방 제작이라도 문의해야겠다.
⭕️ 숙소에서 빈둥대는 시간이 증가
발리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도 하고 아침 시장도 구경하고 돌아와 식사도 하고 부지런하겠지만 일주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느슨해진다.
⭕️ 발리의 온도에 적응하기 시작
무엇보다 날씨에 적응하고 나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의 강도를 살피고는 코 앞에 위치한 바다로 나갈지 말지를 한 시간 넘게 고민한다. 숙소를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번 뜨거워지면 정말 너무 덥다. 그에 반해 방안 온도는 너무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아주 적정한 온도.
⭕️ 나름의 방식으로 버티기 돌입
발리는 정말 다양한 숙소들이 많다. 홈스테이부터 저렴한 로스멘, 빌라, 호텔, 리조트 등 어느 한 곳 별로인 곳이 없다. 물론 기준치에 돈을 넣으면 조금 달라지지만. 내가 낸 돈만큼의 값어치를 하는가 이것저것 따지게 되는데. 하루치 방값이 중급 레스토랑 한 끼 밥값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치는 그냥 편하게 잘 수 있는 정도로 낮아지게 된다. 웬만한 거리는 바이크로 다녀오면 되고 늦은 밤 소음 없이 그냥 푹 잘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개미가 기어 다녀도 침대까지만 올라오지 않으면 된다. 개미 차단제를 곳곳에 바르거나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자면 된다. 무더운 건기의 날씨에 적응하기란 무척 어렵지만 어느 정도 적응되면 에어컨도 필요 없게 된다. 팬이면 충분하니 그냥 팬룸도 오케이다.
- 무선 인터넷도 기대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