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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19. 2023

“여기가 부산이라는 곳인가?”

5월 초반 여행의 기록(1)

 대한민국 제2의 수도, 부산광역시.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도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다. 필자도 예전부터 ‘먼 곳 여행’이라고 하면 부산을 몇 번 떠올렸지만 막상 부산에 관광을 가본 적은 없었다. 초등학생 때였나, 가족끼리 갔던 기억은 나는데, 막 관광의 기억은 없고 단편적인 몇 가지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      


 부산을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부산과는 나름의 연관이 많이 존재했다. 좋아하는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의 사직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고, 그들의 응원가 중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가사를 다 외울 정도로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인 국밥류도 부산의 돼지국밥이 유명하니, 이 정도면 충분히 부산과 내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냥 평일 중 날 잡아서 떠날 수 있었는데, 이제 다들 대학생이 되고 스케줄이 생기다 보니 평일 중 움직이는 것에는 현실적 제약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과 발맞추어 연휴의 시작에 부산으로 내려가고, 연휴의 끝에 서울로 올라오는 계획을 세웠다. 평소에 제일 싫어하는 계획이지만, 현실에 맞추는 어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계획이었다.


 연휴의 영향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한 번에 가는 차편은 없었고, 신경주를 경유해 부산으로 내려가는 열차표를 구했다. 열차에 올라 부산역에 들어갈 때 까지도 ‘부산’이라는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냥 여느 대도시의 기차역 같았다. 플랫폼을 지나 대합실에 오르니 보였던 몇 어묵 상점들에 “아 부산어묵이구나”했을 뿐이다. 복잡한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겨 출구로 나가면 뭔가 <부산스러움>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냥 대도시였다. 왕복 6차선 정도의 도로가 있고, 버스가 다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길 건너편에는 여러 상점들이 있는 여느 대도시의 역전과 다르지 않았다. 간간히 부산 사투리가 들려오기는 하였으나, 아직 내가 생각하는 <부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부산이라고 신나서 열차 사진을 찍었다.


 숙소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제일 뒷자리에 5명이 일렬로 앉아 달렸다. 인원도 많았고, 짐도 많아 우리 앞쪽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앉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게 외지인과 현지인이 나눠져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외지인들의 구역을 형성한 것이었고, 현지인들은 그 구역을 존중해 준 것이다.     

 숙소에 가기 위해서는 자갈치역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는데, 이때 나는 진정으로 <부산스러움>을 느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다짠내가 났다. 대도시의 향과는 다른 향이 났다. 짭짤한 향은 내 후각에 입국도장을 찍어주는 듯했다. 정류장 의자에 가방을 내리고 숨을 몇 번 크게 내쉬었다. 그러며 비로소 부산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여행을 가면 펜션을 잡거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우리만의 시간을 자유롭게 즐긴다. 하지만 이번은 연휴였고 적정한 가격으로는 그런 숙소를 구할 수 없었다.(인당 1박에 3-4만 원 정도를 생각했다.) 그래서 모텔에서 1박/호텔에서 1박 이렇게 일정을 잡았다. 첫 숙소는 부산 공단 위에 위치한 모텔이었다. 처음 버스정류장에 내렸을 때, 우리 모두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에 놀랐고, 숙소를 향해 뻗은 오르막길에 놀랐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정류장에 노란 전등이 비춰 그 부분만큼은 충분히 아름답고 감성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정류장은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일본 영화에 나오기 충분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몇 컷의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부산 여행을 자축했다.   


 그 후에 송도해수욕장으로 나가 바다를 맞이하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근처에 있는 대구탕집에 들어갔다. 부산답게 티브이에서는 롯데야구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있었다.(물론 이때 롯데자이언츠가 미친 텐션이기는 했다. “올해는 다르다”는 말이 구단에서도 나왔으니..) 대구탕을 시키고 밥을 먹은 뒤, 바다를 계속 걸었다. 걷다가 러시아계 외국인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며 조금은 당황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에 몸을 적당히 적시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파도가 유난히 거셌던 그날의 송도해수욕장

 그게 부산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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