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지 이십삼세 Jul 20. 2023

“헌팅포차 첫 경험기”

5월 초반 여행의 기록(2)

 우리들의 두 번째 숙소는 부산 서면에 있었다. 서면은 서울로 따지면 강남역, 홍대 같은 곳으로 부산 놀이문화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여행을 가면 우리들은 방에서 우리끼리 술을 마시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경험의 환기를 위해 그 지역의 술집에서 술을 한번 마셔보기로 했다.   

  

 서면에 오전에 도착했을 때, 서면의 이미지는 완벽히 홍대와 일치했다. 존재하는 여러 프랜차이즈들과, 술집, 그리고 오락실과 비가 오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바닥에 떨어진 꽁초들까지 부산의 홍대 그 자체였다. 물론 지하차도가 이어져있는 모습은 종로와 비슷했다. 부산의 홍대 겸 종로라고 볼 수 있는 동네다.

     

 밤이 어두워지고, 우리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우리들의 술집을 탐방했다. 골목골목 돼지국밥집과, 치킨집들이 보였다. 그리고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유명한 곳인지 한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외국인들도 있었다, 도 보였다. 우리는 우선 1차적으로 술을 좀 마시고, 기세가 올라간 상황에서 다른 곳들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때, 도전이라는 것은 평소에 해보지 않은 것 시도해 보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평소에 같이 술을 마시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뭘 도전한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헌팅포차’였다. 이름은 좀 복잡하고 난잡해 보이지만 그냥 평범한 술집 외의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음악이 나오고, 이성 간의 자유로운 대화? 혹은 플러팅이 일어나는 경험, 그것을 한번 경험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1차는 일상 술자리였고, 2차는 도전 술자리였다.     


 1차 술자리는 평범했다. 우리끼리 이야기하면서 한잔 두 잔 마셨다. 물론 영화 <아수라>에 영향을 받아 소주를 글라스로 마시기도 했고, 영화 <더 킹>의 한강식 부장님에 빙의해서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한 잔을 마시기도 했다. 게다가 대학교에서 단련된 소맥말기 기술도 보았던 알찬 술자리였다. 그리고 그간의 근황과, 인생이야기들을 나누며 1차의 자리는 서서히 저물어갔다. 그렇게 끝난 게 한 1시 반인가 그랬던 것 같고 소주를 글라스로 비운 친구를 방에 넣어놓고 나머지 4명은 밤거리 출격 준비를 마쳤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한강식 부장검사님(정우성 역)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다른 일행들, 혹은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헌팅포차라는 곳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평범한 술집이지만, 타인의 플러팅에 조금 더 개방되어 있는 곳. 분위기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그저 서로의 목적이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것에 있는 곳. 그래서 나가기 전 네이버로 여러 곳들을 찾아보았다. 검색어는 ‘서면 헌팅포차’. 그런데 봐도 잘 모르겠어서, 그리고 널린 게 헌팅포차일 텐데, 뭘 굳이 찾아보냐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바로 거리로 나섰다. 그래도 나서기 전, 최소한의 매너를 보여주기 위해 붕붕 뜬 내 옆머리에 왁스를 발라 눌렀다.     


 호텔을 나오면 바로 앞 거리에 포차가 있었다. 포차 앞에서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대부분 마주 보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포차에서 흘러나온 edm이 벽을 지나 우리에게 닿고 있었다. 우리는 그 음악을 들으며 줄을 서 입장을 대기했다. 4명이 같이 갔는데, 2명은 신나 있고, 1명은 평범했고, 1명은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줄에 서있기를 약 10분,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포차 안은 술집이라기보다 클럽에 가까웠다. 클럽을 가본 적은 없지만, 상상 속의 클럽은 이런 곳이었다. 쉴 새 없이 edm이 흘러나왔고 몇 사람은 의자 위에 올라가서 춤을 췄다. 카운터에서 자리를 배정해 줬고, 뿌연 안의 공기를 뚫고 50번 자리에 앉았다. 자리 옆에는 바로 1984에 나왔던 것 같은 텔레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걸 통해서 주문하고, 채팅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했다. 우리는 그걸로 간단한 안주를 하나 시키고, 술을 한 병 시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모두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리와 접한 테이블은 두 곳이었는데, 한 테이블에서는 2명의 남자가 양주를 사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에는 2명의 여성이었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다른 테이블들을 보면 합석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2명씩 오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우리는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경험을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기에.     


 EDM들은 대부분 모르는 노래였지만, 중간중간 아는 노래들이 있었다. 그래서 자리에 있다가, 그런 음악이 나오면 의자에 올라가 춤을 추고 아니면 자리에서 리듬을 타며 그저 음악을 즐겼다. 주변을 보면 왔다 갔다 하면서 말을 걸고, 함께 게임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들의 시간을 즐겼다. 그러다가 한 3시였나, 취기도 적당히 오르고, 장소도 재미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우리가 나오는 순간에도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끊임없는 수요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나는 ‘경험’이라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이미 안정된 방법을 알고 있으면 그 안에서 행동하고 싶지, 막 도전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해보지 않으면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내 성격에 대해, 나 스스로에 대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지 않는지 파악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 의견을 제시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다만, 앞으로 클럽은 절대로 안 갈 것 같다. 이미 헌팅포차라는 곳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이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전 01화 “여기가 부산이라는 곳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