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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21. 2023

첫 게스트하우스 체크인과 그날 밤

5월 초반 여행의 기록(3)

 3일간의 부산 여행을 마치고 그날 오후였다. 비는 추적추적 계속 내리고 우리는 각자의 길을 떠나기 위해 부산 노포동 터미널로 향했다. 다행히 서면에서 터미널까지는 지하철이 있어, 젖을 걱정 없이 갈 수 있었다. 터미널에서 지류티켓을 뽑아 들고, 친구들의 서울행 버스보다 약 20분 먼저 출발하는 일정이라 플랫폼에서 배웅을 받으며 버스는 거제 고현터미널을 향해 출발했다.  

   

 거제를 여행지로 고른 이유는 단순했다. 바다가 있어서. 그리고 예전의 기억을 더듬었을 때, 거제도를 간 기억은 있는데 그 안에서 뭘 했는지가 기억이 안 났다. 그래서 새로운 내 기억을 그곳에 얹고자 했다. 물론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떨렸던 것은 첫 번째로 관광지가 크게 없었다는 점, 두 번째로 버스 배차간격이 굉장히 길었다는 점, 세 번째로 숙소가 도미토리였다는 점이다. 버스 배차간격이야 시간표를 보면서 움직이면 못할 게 없으니 큰 문제는 안될 테고, 관광지가 크게 없더라도 배차간격 맞추며 걸어 다니며 보는 풍경이 다 관광지일 테니 그것도 문제가 안된다. 다만 도미토리에는 처음 묵어보는 것이어서, 문제가 좀 됐다.

     

 이제까지 나는 여행을 가면 무조건 1인실을 사용했다. 모텔 아니면 호텔을 찾아다녔는데, 내 성격이 남들과 오래 있으면 힘들어하는 내향형 인간이기도 하고, 하루치의 여독을 풀기 위해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뉘이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가능하면 모텔이나 호텔을 잡을 까 하다가, 예산이 부족하기도 했고 평일이니 운이 좋으면 도미토리를 혼자 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다.  

    

 고현터미널에 내리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물론 그 비교대상이 서울 고속터미널, 성남시 버스터미널 등 굵직한 수도권 터미널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내부 시설이 많이 노후화되어있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시내버스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플랫폼에는 마치 공항처럼 출발시간과 주요 경유지를 알려주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플랫폼 상단에는 주요 행선지를 적은 표지판이 붙어있었다. 숙소까지 가는 버스는 배차가 약 60분이었고, 시간이 못해도 40분은 남아있었다. 원래 생각은 숙소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그냥 근처에서 먹고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터미널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을 한 줄 먹고, 다시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숙소를 향해 갔다. 버스 안에 외지인은 나 혼자였고, 노인분들과 거제 학생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아파트단지에서 하차했고, 시골 마을에서는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내린 정류장 <거제상문고등학교>에서도 내리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굉장히 무서웠던 숙소 가는 길


 정류장에서 내려 편의점 사잇길로 약 10분인가를 걸어 올라가 야했다. 올라가며 들었던 생각은 ‘무섭다.’였다. 점점 산길로 향하는 것 같고, 가로등이 있기는 하지만, 길은 점점 어두워졌으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한 두 방울 떨어지려 하는 낌새를 보였다. 게다가 어깨에 들쳐 맨 보스턴백의 무게도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렇게 걷기를 한 10분 되었을까, 인터넷에서 보던 익숙한 표지판이 보였다. 드디어 도착이었다.  

    

게하의 마스코트 또순이. 밤에는 무서웠는데, 낮에는 귀엽다


 그곳의 이름은 <거제 통통 게스트하우스>다. 이름이 특이하고, 외관도 특이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외관은 아니고, 시골을 지나가다 보면 있는 간이 건축물(?)을 닮았다. 그냥 스쳐가듯 보면 이곳이 게스트하우스인지 알 수 없게 되어있다. 앞마당으로 들어가, 불이 켜져 있는 곳의 문을 두드렸다. 그곳이 아마 주방 겸 거실이었을 텐데, 안에는 두 명이 이미 앉아있었다. 둘 중 사장님과 짧은 인사를 하고, 방에 짐을 푼 뒤, 그 이야기자리에 자연스럽게 착석했다.     

 그 자리에는 캐나다에서 온 여행객 1명, 40대 초중반의 한국인 사장님, 20대 초반의 한국인 여행객 이렇게 3명이 있었다. 자리에서의 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하는 말과 크게 다름없었다. 위치가 게스트하우스인 만큼 여행 이야기가 어느 정도 주를 차지했다. 거제도에서 가볼 만한 곳 이야기, 다른 해외여행 이야기, 앞으로의 여행계획 등의 이야기였다. 그 자리가 기억에 남는 건, 사장님이 간단한 안주를 차려주셨는데, 쥐포와 올리브가 함께 있는 신기한 배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1시까진가, 이야기를 하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기도 했고 자리가 지루하기도 했던 나는 자리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평소에는 혼자 여행을 가면 1인실 사용을 굉장히 선호한다. 나 혼자서 쉬는 시간이 필요한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에. 하지만 이번에는 첫날부터 타인과 꽤 긴 시간 교류가 있었다. 충전을 해야 할 때 하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버틸만한 시간들이었다. 오히려 혼자 있었으면 누워서 핸드폰을 보거나 멍 때리기를 했을 텐데 그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코칭을 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동은 많은 도움이 되는 행동이었다. 다만 그 대화를 끊는 타이밍을 잡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술이 들어가면 오히려 더 기운이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에, 적당한 타이밍을 찾는다면, 앞으로 나의 수많은 여행길에 큰 도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만하면, 게스트하우스의 첫인상은 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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