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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22. 2023

뚜벅이 여행자의 거제 대중교통  경험

5월 초반 여행의 기록(4)

 처음 여행을 준비하면서 제일 걱정했던 것은, 해당 지역의 대중교통이었다. 혼자 가는 관계로 택시를 타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걷자니 장소들 간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다. 그러면 남는 선택지는 버스 아니면 지하철인데, 지하철은 전국에 5 권역에만 설치되어 있으니 논 외로 하고 버스가 남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는 창 밖 풍경을 굉장히 좋아하고, 그 안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굉장히 좋아하는 나다. 하지만 버스가 서울이나 경기처럼 막 자주 다니는 동네는 드물다. ‘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도 실제 거주민들의 인원에 따라 배차간격이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지는 곳이 많다. 그래서 계획을 구성할 때 배차간격을 염두에 두고 짤 필요가 있다.     

 거제도에 처음 들어오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네이버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숙소까지 가는 길을 검색하는데, 모든 노선이 ‘배차정보 없음’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걸 보고 나는 순간 멘털이 붕괴되었다. 이렇게 되면 이건 음... 시간표를 찾아야겠는데? 하고 생각하며 거제시청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찾았다. 다행히 시청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지 엑셀파일로 정리된 시간표를 업로드해놓았다.  


문제의 시간표. 보다 보니 적응이 잘 되기는 한다.

   

 시간표를 처음 보고, 이걸 어떻게 보라는 건가 싶었다. 시간표의 가로축에는 주요 경유지들이 적혀있고 세로축에는 버스 노선들이 적혀있다. 그 교차점에는 해당 경유지를 버스가 통과하는 시간이 적혀있다. 그것만 있다면 충분히 볼만 하지만, 버스 노선도 뭐가 여러 가지다. 뒤에 ‘-1’을 붙이기도 하고, 같은 버스 번호여도 언제는 어디를 안 가고, 어디를 가고 한다. 게다가 내가 내릴 정류장들은 대부분이 시간표에 적혀있지 않았기에, 중간중간 포인트들의 통과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내가 타고 내릴 정류장에 도착하는 시간을 어림짐작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     

 

 시간표를 보고 놀란 마음을 가슴에 품었다. 일단 이렇게 된 거 버스 정류장이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시내버스 플랫폼으로 갔다. 시외버스 플랫폼과 비슷한 모습이었고, 다행히 이곳에는 좀 더 나에게 직관적으로 보이는 버스 안내시스템이 있었다. 그 시스템에서는 지금 시간을 기준으로 출발시간이 가까운 순서대로 버스를 정렬해주고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은 버스를 타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 먼저 버스 안내시스템을 보고, 그 안에 자신의 버스가 있는지 확인한다. 스크린에 버스번호가 있다면 뒤에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없으면 이제 해당하는 플랫폼에 가서 출력된 시간표를 확인한다. 그리고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다. 나도 이렇게 숙소 가는 버스의 시간표를 봤고, 발차까지 1시간 정도가 남은 것을 확인한 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2-3일 정도 이렇게 버스를 경험하다 보니, 섬 지역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필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버스가 가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 수요가 없는 외곽지역에는 하루에 3번 꼴로 정차하기도 한다. 버스의 공급을 늘리라고 하기에는 공차수송이 워낙 많아 무리가 있다. 혹시라도 자신이 섬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곳이 특히나 거제도라면 미리 이런 상황을 알고, 시간표에 대한 대비, 버스를 놓친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하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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