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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23. 2023

우짜, 그래 시-바 우짜!

5월 초반 여행의 기록(5)

 <더 킹>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을까? 필자도 개봉했을 때 안 봤고, 그런 영화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올해 들어와서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입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하니 어감이 퍽 이상한데, 친구들이 그 명대사를 더빙하면서 그 영화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영화에서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한강식 부장(정우성 역)의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 “내가 또 역사강의 해야 돼?”에서 들리는 그 시절 꼰대 같은 목소리라던지 박태수 검사(조인성 역)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하는 독백 등의 것들이 많다. 그리고 이번 여행 초반에, 친구들이랑 함께 부산을 돌아다닐 때, 그 명대사를 계속 들으며 스스로 그 대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실제로 그 둘이 그 대사를 굉장히 맛깔나게 쳤다. 영화를 보지도 않은 내가 스며들고 그 영화에 관심을 가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번에 친구들이랑 함께 다닌 여행은 <더 킹> 특집이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신세를 진 한강식 부장님.

 이번 글의 제목도, 보면 알겠지만, <더 킹>의 명대사다. 극 중 박태수 검사가 자신의 소신을 지키다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결국 소신을 버리고 권력을 추종하면서 외치는 대사다. 실제로는 “웃자, 권력 앞에서 웃자 씨-발”인데, 약간의 차용을 했다.      

더킹에서 명대사를 남겨준 두 번째 공신 박태수 검사님

 통영에 도착한 날, 숙소에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거리로 나섰다. 이른 저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막 끌리는 메뉴가 없었다. 네이버를 찾아봐도 대부분이 멍게비빔밥, 매운탕 이런 종류였고, 내 숙소가 있던 항구 앞쪽은 대부분이 술집이었어서 마땅한 메뉴가 없었다. 그때 내 눈을 사로잡은 메뉴가 하나 있었으니 그게 ‘우짜’다. 우짜가 대체 뭔가 싶겠지만, 정말 단순했다. 우동에다가 짜장소스를 얹은 게 우짜다. 처음에 그 메뉴를 보고 10번 정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이건 대체 무슨 맛일 것이며, 후기도 들쑥날쑥 에, 여행에서 첫 끼는 훌륭하게 먹어야 하는데 등의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걸어 다녔지만 막상 떠오르는 메뉴가 없었다. 그래서 한번쯤 현지음식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식당에 들어갔다.    

 

 아직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그랬는지 가게 안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래된 분식집 느낌이었고, 한편에 있는 주방에서는 계속 김이 나고 있었으며 가게 안쪽 마룻바닥에는 사장님과 친구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때아닌 이른 시간에 나타난 손님의 존재가 신기한 듯했다.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우짜랑 참치김밥 하나 주세요, 아 참치김밥은 오이 빼고 주세요” 주문하고 얼마 되지 않아 메뉴는 빠르게 나왔다.      

 이때 간단하게 우짜의 연혁을 설명하자면, 60년대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고 다찌, 충무김밥, 꿀빵과 더불어 통영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주로 어부들이나 낚시꾼들의 해장용으로 사용된 음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항구 앞에 파는 곳이 몇 곳 있었고, 도심지 안쪽에서는 크게 봤던 기억이 없다. 이렇게 되면 “해장할 거면 그냥 우동을 먹지, 왜 짜장이랑 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여러 이야기를 찾아보니, 둘 다를 주문할 수는 없으니 그냥 합쳐버렸다고 한다.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우짜는 말 그대로의 비주얼이었다. 한 그릇의 우동이 있고, 그 위에 짜장을 한 국자 퍼 얹었다. 그릇에 덩그러니 올라가 있는 짜장소스가 어떤 섬 같기도 했고, 정말 적응 안 되는 비주얼이었다. 짜장도 아니고 우동도 아닌 이게 뭘까 싶어, 한참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뭐 먹는 법이야 다 똑같겠거니 생각해서 바로 섞었고, 한 젓가락 떠서 먹어보았다.      


통영의 우짜.


 맛은 약간 애매하다. 짜장 맛이 진하게 나는 것도 아니고, 우동의 맛은 오히려 국물에만 있다. 그리고 단무지가 생각보다 입에 오래 남는다. 그냥저냥 애매모호한 맛이었다가 마지막에는 국물까지 다 들이켰다. 맛이 마치 음 뭐랄까, 물 많이 넣고 끓인 짜장라면에다가 오히려 감칠맛을 더한 맛? 그런 맛이었다.       

 첫인상은 낯설었고, 맛도 애매모호했다. 우동도 아니고 짜장도 아닌 맛. 짜장의 맛이 옅게 얹혀있는 맛. 하지만 끝에는 진한 짜장의 여운이 남고, 가게에서 나오면 어느 순간엔가 문득 그 맛이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통영에 간다면, 이런 이색적인 메뉴를 통해, 한번 현지인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평양냉면을 닮았다. 은근하게 맛이 기억에 남고 기억이 난다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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