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지 이십삼세 Jul 26. 2023

냉면을 위해 여행을 간다는 것

5월 초반 여행의 기록(8)

 이번 여행 코스를 보면, 부산에서 여수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코스였다. 해안선을 따라 쭉 이동하지는 않고, 중간에 내륙으로 잠시 들어갔다가 다시 해안선으로 나오는데 이때 내륙으로 해서 들렀던 곳이 경남 진주다.    

 진주에 들른 것은 냉면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진주는 냉면 그 자체로 존재했다.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더불어 전국 3대 냉면으로 여겨지던 진주의 냉면을 먹어보고 싶었다. 다른 냉면들과는 다르게 해물육수를 내고, 육전을 비롯한 갖갖의 고명을 얹은 그 냉면을 먹어보고싶었다. 그것도 원조집에서 먹어보고싶었다.    

 

 진주에 도착하기 전 날, 나름대로 열심히 자료조사를 실시했다. 나에게 진주냉면을 알려준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다시 찾아보며 그 식당은 어딘지 파악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어느 집이 원조인지, 더 괜찮은지 알아보았다. 한 음식을 가지고 여러 곳이 동시에 장사를 하면 그들은 결국 하나의 기준점으로 평준화되어 고만고만한 맛을 자랑한다. 그 여러 곳들 중 한 곳을 정하게 되는 것에는 아주 사소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직원이 친절하다던지, 서비스를 준다던지, 주차가 편하다던지 하는 요소들, 결론적으로 두 식당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에 도달했다. 결국 허영만 화백이 다룬 ‘하연옥’으로 향했다.     


 하연옥 본점은 아니고, 번화가에 있는 지점으로 향했는데, 생각했던 냉면집의 그림은 아니었다. 서울의 평양냉면, 함흥냉면과 그 가게의 내관은 사뭇 달랐다. 자리도 널널했고, 주문과 결제도 전부 키오스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기대했던 오래된 외관의 식당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맛이었다. 진주냉면을 한 그릇 시키고 육수를 먼저 맛봤다. 평양식은 아니고, 함흥식도 아닌 오묘한 육수의 맛. 면발은 제법 질긴데, 그 위에 올려진 육전이 맛을 잘 어우러지게 했다. 훌륭한 맛이었다.     

하연옥의 진주냉면

 냉면먹겠다고 진주를 간다고 하면, 수 많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단한 이유도 아니고, 고작 냉면 한 그릇에 진주를 간다니.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진주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 냉면의 맛은 몇백키로를 달려와 먹을만 한 맛이었다.   


 이번에는 혼자 방문했고, 애초에 냉면이 주된 목적이었던 진주 경유였기에 뒤 일정도 정해져있어 하연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으나, 기회가 또 닿는다면 한번쯤은 진주 냉면에 육전까지 먹는 호사를 누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뭐 여행이야 다 먹고살자고 하는건데 필자의 경우에는 이렇게 음식 하나에 꽂혀서 여행가는 것도 선호하는 편이다. 튀김소보로를 먹으러 대전을 가고, 과메기를 먹기 위해 포항을 가는 것 처럼 말이다.


이전 06화 걷고, 걷고, 한산도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