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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28. 2023

게스트하우스라는 곳

5월 초반 여행의 기록(10)

 여수에서 외국 여행메이트와 시티투어를 마치고, 어깨에 보스턴백을 맨 채로 오늘의 숙소로 향했다. 아고다에서 제일 저렴해서 예약한 ‘24게스트하우스 여수’ 가 내 숙소였고, 이번에는 진짜 게스트 하우스 느낌이었다. 거제도에서 묵었던 ‘통통게스트하우스’는 지리적 위치도 그렇고, 사람들이 없는 날짜였어서 방을 혼자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금요일이기도 했고 체크인 때 물어봤더니 사람들이 같이 있다고 했다. 진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는 첫 도미토리였다.    

여수 24시 게스트하우스의 4인 도미토리. 총 3명이 함께 묵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사람들이 없었고, 저녁을 먹고 들어오자 사람 한 명이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뒤에 이어지는 대화는 대부분 여행이야기었다. 오늘 어디를 갔는지, 어디서 왔는지 등. 그 분은 차를 가지고 남해안 해안선 따라 작은 곳들(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고, 지도에 의존해 길을 따라 가는걸 즐긴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도 지도하나만 보고 산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작은 암자가 하나 나왔고, 거기서 주지스님과 인생이야기, 여행이야기 등 수 많은 대화를 하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 사람은 적어도 나에게는 멋진 여행자였다. 내가 한번쯤 하고픈 여행의 로망은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암자같은 곳(민가라던지 절이라던지)에서 식사를 얻어먹고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스스로를 더 바라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걸 실제로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니 신기하고 부러웠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재밌게 듣던 중 새롭게 한 명이 더 들어왔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더 젊어보였는데, 혼자서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광주쪽에 있었고, 신안을 다녀왔고, 이번에는 여수에 머물렀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낭만포차에 가서 술을 마실 예정이라고 했고, 동참의사를 물었는데 이미 씻은 후라 나가기가 너무 귀찮아서 거절하고 방에서 쉬었다.  

    

 다행히 나를 포함한 3명은 이기적이기 보다 이타적인 사람들이었다. 불 끄는 시간을 고려하고, 씻는 순서를 조율하고, 나보다 남을 더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큰 불편함이나 걸리적거림, 갈등 없이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 걱정이었다. 특히나 여행을 가면 밥을 안먹고는 체력이 부족해서 걸어다니기 힘들다. 그래서 아침밥은 무조건 챙겨먹는 편인데, 여기는 조식이 안나오는 옵션이었다. 아침은 먹어야겠고, 마침 근처에 식당도 있었다. 미리 찾아보니 혼자가도 식사가 된다고는 했지만, 뭔가 느낌이 애매했다.(이럴 때의 느낌은 언제나 잘 들어맞는 편이라, 이 느낌을 따랐다.) 갈지 말지 고민중이던 그때 마침 딱 방에 있던 룸메이트가 보였다. 같이 아침먹자고 제안했고, 같이 식당으로 가서 백반을 먹었다. 전라도 밥상처럼 나오고, 딱 훌륭한 가정식 백반이었다. 맛깔나는 밥에 맛깔나는 반찬까지.     


 그리고 난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야했기에, 오전 중에는 오동도나 다시 천천히 걸어보고 카페에서 여행을 정리하다가 올라갈 예정이었다. 아침을 먹고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둘의 목적지는 오동도로 설정되었다. 오늘의 여행 메이트가 생긴 것이다. 숙소에서 오동도는 걸어서 갈 수 있었고, 걸으면서도 계속 여행 이야기를 했다. 오동도는 어땠었는지, 전 날의 포차거리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다 오동도에 도착했다. 여행 메이트가 생긴 만큼,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오동도를 걸었다.     


 지금에 와서 그를 생각하자면, 목에 카메라를 매고 다니는 멋진 낭만파였다. 나이는 나보다 어렸지만 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이 멋졌다.      


 여행을 준비하며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찾아보다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렇게 좋은 이야기들이다.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고 친해지고 하는 종류의. 다만 꼭 있는 것이 매너없는 룸메이트 이야기였다. 시끄럽거나 새벽에 시끄럽게 들어오거나 하는 종류의. 그런 것들이 걱정되었고, 첫 게스트하우스라 더 그랬다. 다행히 이번 룸메이트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서로에게 여행 에세이면서 관광 안내소의 역할을 겸했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의 기억은 기존에 1인실만을 좋아하던 나의 생각을 보다 개방적으로 바꿔주었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라면, 이런 분위기라면 도미토리도 내 여행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여행을 가는 여행자라면 게스트하우스를 적극 추천한다. 사람들을 만나기 무서워하더라도 한번 쯤은 해볼만 한 경험이다. 그 안에서 생각하지 못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다음 여행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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