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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지 이십삼세 Jul 29. 2023

여행의 마무리

5월 초반 여행의 기록(11)

 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마주한 암자, 민가, 그리고 그들과 친해져서 얻는 여러 가지 경험에 동경이 있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며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은 ‘완전히 벗어나고싶다.’ 였다. 완전히 다른 사회에 가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속앓이만 하다가, 휴학도 했고, 퇴사도 해서 이번 여행을 떠났다.    

 

 처음 이 여행의 콘셉트는 ‘내일로’였다. 현재 코레일에서 판매중인 패스권을 이용해서 아무데에서나 타고, 내리고, 걷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 상,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겁이 났다. 작은 무인역에 내리면 뭘 할 수 있을까. 기차시간이 남으면 그 때에는 뭘 해야할까. 이동시간만으로 몇 시간 이상을 사용하는게 맞는 행동일까? 까지. 여러 생각들이 들어서 결제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친구들과 단체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그 위치가 마침 부산이었다. 바다가 있는 서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 부산을 시발점으로 삼아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려갈건데, 내려간 김에 모든 여행을 해치우고오자는 생각이었다.(이렇게 말하니 마치 업무를 수행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업무보다 다섯배, 아니 열배 이상 재미있었다.) 그래서 남해를 따라 부산->거제->통영->진주->여수로 향하는 루트를 구성하고, 작은 규모의 도시는 과감하게 패스했다.      


 동선을 이렇게 잡으니, 기차보다는 버스 이용이 더 많을 것 같아서 내일로 결제창도 지워버렸다. 여행 첫 날, 나에게 있던 것은 경주행 시외버스티켓과, 경주에서 부산가는 srt표, 그리고 내 짐이었다. 그렇게 가볍다면 가볍게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맨 정신이었다면 죽어도 안 갔을 헌팅포차방문(물론 이때도 방 들어가자고 찡찡대기는 했다), 도미토리 이용, 즉석에서 예약하기, 밥 먹기 위해 다른 도시 가기, 외국인과 대화하기 등. 이러한 경험들을 마치고서 막 대단함과 뿌듯함은 있었지만, 가시적인 성장은 보이지 않았다.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번의 경험으로 가시적인 성장을 보인다면, 이 세상은 아주 발전하기 쉬울테니 말이다. 다만 고무적인 것은 상대적으로 내 생각이 열렸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경험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은 이 말을 거의 처음으로 실천해본 여행이라고 자평한다. 그 실천을 통해 앞으로의 여행에 방향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오는 인연을 거부하지는 말자는 생각까지.      


 지금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지루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갤러리 한 켠에 들어있는 사진들과 그것들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들, 그리고 이 글들로 스스로의 삶에 기름을 넣고 있는 중이다. 이런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내 길을 찾지는 못하더라도, 보다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길 스스로 기원하며 첫 국내여행 일지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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