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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통보도 감사한 이유

과정에서 깨달은 노력의 진짜 의미

by 박송삼

지난 주말, 지원서를 하나 제출했었다. 얼마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지원했던 회사의 채용 담당자였다.


담당자는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메일보다는 전화로 직접 전달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 왜 굳이 전화로 탈락 소식을 전해 주신 걸까?




사실 이 회사의 포지션은 나와 완벽하게 핏하지는 않았다. 요구 연차보다 내 경력이 많았고, 직무 범위에 채용과 총무가 포함되어 있어 교육 직무를 주로 해온 나에게는 불리한 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망이 밝았고, 공고에 직무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 지원해 볼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평소 같으면 지원 전에 홈페이지나 링크드인을 통해 채용 담당자나 관련 부서의 사람과 커피챗을 진행하며 추가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지원서를 더 핏하게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서류 접수 후에야 커피챗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구조였고, 이는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나의 경력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포지션이라 JD(직무기술서)와 최대한 연결해도 경쟁력 있는 지원자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일단 주니어 때 경영지원팀에서 채용과 총무 업무를 했던 경험, 그리고 교육 업무를 하며 교육 환경을 관리했던 사례 등 관련된 업무들을 최대한 연결해 작성했다.


하지만 더 강하게 어필할 방법이 필요했다. 어떻게 더 어필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채용담당자가 나를 만나보고 싶어 할지 고민했다.


그래, 정면 돌파 하자.


약점을 아예 처음부터 인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력서 첫 장 상단에 빈칸을 만들어, 회사의 경력 조건에 비해 내 경험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포트폴리오에도 이 내용을 담고,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와 SNS 활동을 통해 내가 가진 강점을 풍부하게 어필했다.


포트폴리오에서도 어필하고


플랫폼을 통해 이력서를 제출한 후에도 멈추지 않고 회사의 채용 메일로 나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보냈다.


메일 본문에는 JD의 주요 내용을 기반으로 나의 역량을 구체적으로 어필하며 커피챗으로 한 번 더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KakaoTalk_20250126_220041747.jpg 메일에서도 어필해 보았다


다시 맨 처음 채용 담당자의 전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메일로 충분히 전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전화로 주신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앞선 나의 노력이 어느 정도 통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담당자께서는 회사 사정 상 탈락 결정을 내린 이유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지원 과정에서의 보여준 정성에 대한 고마움과 탈락의 안타까움을 전해주셨다.


이 정도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감사했는데 전화 말미에는 이런 말씀까지도 해주셨다.


"혹시 다른 회사라도 포지션 알게 되면 소개해 드릴게요."


그때 느꼈다. 그래도 나의 노력을 알아봐 주는구나. 비록 탈락은 했지만 실패는 아니구나.


떨어졌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아쉽기도 했지만 오히려 배운 점이 더 많았다. 진정을 다해 노력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이 과정 자체에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것인지, 더 해볼 수 있는 것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더 돌아볼 것 같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해 보고 더 해볼 수 있는 것을 찾아볼 것이다.


결국 나의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나의 태도와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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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이야기를 추가하자면)

이후 4월 쯤에 해당 기업의 채용 담당자님이 다시 연락을 주셔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아쉽게도 최종적으로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기업과 나의 핏을 맞춰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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