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써서, 글을 썼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있는 것 같은데, 막상 쓰려고 하면 손이 멈춰버립니다.
아이디어는 넘치는데 글은 안 써지고, 한참 붙잡고 있어도 문장 몇 줄 겨우 적거나 결국 지우게 되죠.
이럴 때 우리는 종종 '나 글을 못 쓰나?' 하는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말 글을 못 써서일까요?
저는 요즘 그보다는 ‘구조화가 안 되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일 많은 정보를 소비합니다. 읽고, 저장하고, 메모해두고, 북마크도 해두죠.
그런데 막상 글을 쓰려고 보면, 그 정보들이 서로 엮이지 않고 흩어져 있는 느낌이 듭니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글이 안 나오는 이유—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구조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기준으로 묶을 것인지, 어떤 순서로 전개할 것인지,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지. 이걸 결정하지 않으면 정보는 겉돌고, 글은 계속 헤매게 됩니다.
저는 예전에 '조직의 저맥락화'에 대한 글을 썼을 때 구조가 또렷하게 잡혔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맥락 → 소통의 어려움 → 저맥락화 전략 → 실제 사례 → 정리]
흐름이 자연스러웠고, 문단마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분명했죠.
그때 글이 잘 써졌던 이유는 소재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글이 안 써질 때는 대부분 메시지가 흐릿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중 무엇을 중심에 두고 연결할 것인지가 정해지지 않았을 때 구조화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화려한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입니다.
“나는 지금 이 글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구조는 이미 절반쯤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 글은 ‘글이 안 써져서’ 쓴 글입니다. :)
계속 맴도는 생각이 있는데도 문장이 이어지지 않아, ‘왜 이렇게 안 써질까?’부터 꺼내 썼더니, 그게 글의 시작이 되더라고요.
혹시 지금 여러분도 글이 막힌 상태라면, 이렇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