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람보다 성과가 먼저야."
초기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른 실행과 제품 출시, 그리고 시장 반응을 보는 것입니다. HR은 당연히 후순위로 밀리죠.
하지만, 빠르게 성장할수록 HR의 부재는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인재 유출이 시작되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내부 갈등이 생기고, 효율이 떨어지면서 "일할 사람은 부족하고, 성과는 왜 안 나지?"라는 고민이 시작됩니다.
그럼 이제 다시 질문해보겠습니다.
정말 HR은 나중 문제일까요?
규모가 작고 속도가 중요한 스타트업에서 HR은 채용과 복지 정도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품 개발과 시장 확장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HR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HR은 단순 행정업무가 아니라 조직 내 모든 ‘사람 사이의 일’을 다루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 구성하는 세 가지 자원은 '물적 자원, 재정적 자원, 인적 자원'입니다. 이 중 인적 자원(HR)은 다른 자원과 다릅니다. 물건이나 돈처럼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학습하는 ‘사람’을 다루기 때문이죠.
어쩌면 인적자원은 단순한 차이를 넘어 좀 더 중요한 자원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경영활동의 중심이자, 개발과 성장이 가능한 유일한 자원이기 때문이죠. 나아가 조직에서의 경험과 문화는 직원들의 ‘삶’과도 직결됩니다.
회사는 ‘수많은 삶’이 모이는 공간입니다. 단순히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가치관과 감정, 생활 리듬까지 교차하는 곳이죠. 이렇게 여러 사람의 습관과 사고방식이 쌓이면서, 조직만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문화는 국가·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맥락(High-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context)문화인데요. 한국처럼 고맥락 문화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지”, “그건 당연한 거야” 같은 암묵적인 기대가 많습니다. 이런 기대는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때로는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죠.
이런 문화의 차이는 조직 간 업무 방식에서도 발견됩니다. 민간기업에서는 강사를 섭외할 때 전화나 이메일로 협의해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는 협의 후 별도로 강의 요청 공문을 작성해야 했는데요.
처음엔 그 필요성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전자문서를 받을 수도 없는 강사들에게 굳이 공문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내부에서도 ‘당연한 절차’로만 여길 뿐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죠.
그러나 실제 업무를 하면서 공문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깨달게 되었습니다.
- 기관의 공식 기록(아카이브) 역할을 한다
- 강의료 지급 시 그 근거로 활용된다
- 국가 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므로, 업무 방식 자체가 이를 증명하는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후 저는 후배들에게 같은 의문을 갖지 않도록 먼저 명확히 설명해주려고 했습니다. 절차를 단순한 형식적 규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이해하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암묵적인 절차나 모호한 기대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변화가 잦은 만큼, 즉각적이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죠.
그래서 저는 HR의 역할이 ‘맥락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에서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규칙이나 암묵적 기대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빠르게 공유하는 것이죠. 그것이야말로 구성원 간의 이해를 높이고, 조직을 더욱 민첩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스타트업에서 HR이 단순한 지원 부서가 아닌, 조직의 성장과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