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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 워블의 아들과 무덤 이야기

13화

by 현영강

워블의 말을 들은 퓨티는 비극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가 내뱉은 말이 마을의 그 무엇과도 충돌하지 않는 온전한 선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급변하는 것은 없었다. 워블이 말을 하기 전과 같이 시간은 흘러갔다. 난간 구경을 마친 퓨티에게 워블은 미음을 나눠 주었다. 희고 검음이 적절하게 뒤섞인 죽에는 무엇인지 모를 덩어리 몇 개가 부분부분 숨어 있었다. 퓨티는 손대지 않았다. 워블도 딱히 눈치를 준다거나 하지 않았다. 이후로 식어 버린 미음처럼 영양가 없는 말들이 오갔다. 퓨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워블이 본제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보다 차분하고 침착하게 자신을 덮치기 위함이라는 걸.」


퓨티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질문했다.


“…그럼, 언제부터 그만두신 거예요?”


“아이가 죽은 지 3년이 되어 갈 무렵이려나, 정말 눈이 타들어 갈 것 같은 태양과 마주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정신이 들었죠. 나는 정말 미련한 부모구나, 라고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하늘을 보시잖아요.”


“하늘을 보지만, 하늘을 보는 게 아니에요.”


워블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글쎄…, 퓨티 양은 시티 광장에 서 있을 때가 기억나요?”


“아뇨, 저는 기억이 거의 없어요. 밤이 밝다는 것만 빼고.”


그리고 퓨티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손을 포갰다.


“시티의 광장에는 천장마다 땅이 비치는 유리가 있어요. 이러면 또 미친년 같겠지만, 뭐. 습관이 됐나 봐요. 삶이 힘들 때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게.


“아직도 힘드세요?”


“그럼요, 퓨티 양.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니까요. 저는 아마 평생을 힘들어할 거예요. 하지만 이제 구름으로 아들 얼굴이나 꿰맞추진 않죠. 그건 정말 미친 짓이었어요.”


퓨티는 순간 떠오르는 비명의 기억이 있었지만, 침울한 분위기를 잇기 싫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10년이죠?”


워블이 물었다. 퓨티는 지금이란 걸 알아차렸다. 퓨티는 조용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찰나, 워블이 불쑥 말했다.


“시티가 그립진 않아요?”


“네?”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네요. 퓨티 양은 시티의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으니, 반대로 시티가 궁금하지 않냐는 질문이 맞았겠어요.”


워블의 말을 들은 퓨티는 안면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햇수가 쌓여 이루어진 경험이 경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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