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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 퓨티가 건넨 케이크

16화

by 현영강

지대한 섬찟함과 함께 퓨티는 워블로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절규를 들었다. 메아리는 길고도 두터웠으며, 이대로 헤어나 오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느끼게 할 만큼 힘이 강했다. 만약 그녀가 실제로 소리를 냈다면, 퓨티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녀의 대답까지는 퓨티의 말이 있고부터 2초가 채 못 됐다.


“그래요? 그가 사형대를 보고파 하던가요? 신기한 사람이네요.”


그리고 워블은 나무 숟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미음을 저었다. 수저를 잡는 짧은 순간, 아주 격렬하게 그녀의 손이 떨렸다.


“네, 정말 특이하죠? 저도 처음엔 말 그대로였어요. 이상한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오는 거리감을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요? 그다음은 어떻게 됐어요?”


워블이 미음을 계속 저으며 말했다.


“홈 씨가 먼저였을 거예요. 지독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더라고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 뒤로는 욕설을 퍼부었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어요. 말뚝 아래의 바닥 짓뭉개는 일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아마 신발 밑창이 물 묻은 흙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을걸요.”


퓨티는 손을 뻗어 그릇을 만졌다. 워블은 퓨티의 첫 문장을 듣자마자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퓨티가 말을 그치자, 목을 가다듬고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퓨티 양의 목소리는 참 듣기가 좋아요. 꼭 과일 토핑이 가득한 케이크를 보는 것 같아.”


“케이크요?”


“네. 시티의 빵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에요. 대신, 먹는 날이 1년에 한 번뿐이라 아주 귀한 대접을 받죠.”


퓨티는 빵의 일종이구나, 라고 속으로 되뇐 다음, 다시금 물음을 건네기 전에 행복한 미소가 걸려 있는 워블의 얼굴을 바라봤다.


「값이 많이 나가는 빵인가 봐요.

그래, 맞아요. 케이크를 먹는 사람의 하루는

값을 이루 말할 수 없죠. 역시 퓨티 양이네요.

아주 똑똑해요.

하지만, 나 역시도 그리 무딘 사람은 아니랍니다.

네?

퓨티 양, 난 오늘 케이크를 먹는 날이 아니에요. 부탁이니, 내게 달콤함을 떠먹이는 일을 그만둬 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끝으로 워블의 얼굴 위 미소가 구름 개듯 사라졌다. 그리고 검은색 구체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 검은 물체는 새처럼 워블의 얼굴 위에 앉았다가, 진물처럼 녹아 없어졌다. 퓨티는 이제 의심하지 않았다. 보이는 대로 받아들였다. 그게 워블에게서 나와 있던 감정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뒤, 말을 이었다. 퓨티의 하얗고 도톰한 팔뚝이 식탁 위로 드러났다.


“죄송해요.”


“뭐가요?”


“제가 거짓말을 했어요.”


“좀 더 솔직해져 봐요.”


“…집요하시네요.”


“거짓말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퓨티는 팔뚝을 X자로 꼬아, 한 손으로 다른 쪽 팔꿈치를 주물렀다. 팔꿈치가 선홍색으로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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