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예술가라는 허울, 순위라는 마약
내 지능지수(IQ)는 135,
감성지수(EQ)는 140이라고 한다.
검사 결과지에는 '소설가 적합도 95%'라는, 마치 신이 보증수표라도 찍어준 듯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고 나면, 나는 고지능자는커녕
'파블로프의 개'보다 못한 단순한 생물이 된다.
나를 조종하는 건 종소리가 아니라,
인터넷 서점 앱의 '새로고침' 버튼이다.
전작 『식물인간』이 알라딘 미스터리 25위에 올랐을 때, 『세 굴레 출판사』가 실시간 차트 5위를 찍고,
종합 50위에 안착했을 때. 그때 내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아니라, 도파민이 뿜어져 나왔다.
"순위가 뭐가 중요해. 글만 좋으면 됐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한다. 쿨한 척,
상업성 따위는 초월한 예술가인 척.
하지만, 내 손가락은 1분마다
스마트폰 화면을 아래로 당기고 있다.
순위가 한 계단 오르면 "역시 난 천재야." 하며 세상을 다 가진 듯 굴다가, 쭈우욱 떨어지면 세상 가장 비련 한 주인공이 되어 이불을 뒤집어쓴다. 이 빌어먹을 숫자 놀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란 사람의 간사함.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작가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나는 거침없이 대답한다. 언제고 그랬다.
"노벨문학상입니다."
우스운 일이다.
인류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꿈꾼다는 놈이,
당장 실시간 차트 순위에 목을 매고 있다니.
이 거대한 괴리감 속에서,
나는 오늘도 오전 7시에 한글을 켠다.
변명?
이건 '관심'에 대한 갈증이다.
골방에 처박혀 쌓아 올린 내 세계가,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닿았다는
유일한 증거가 그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속물인 것 같다.
내 글이 '잘' 팔렸으면 좋겠고,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었으면 좋겠고,
출판사 사람들이 같이 잘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이 불안한 투자처에
인생을 건 내 사람들에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고상한 예술가의 탈을 쓰고
"판매 부수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거짓말하기엔, 출간 업계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빚과 병을 안고 사는 나약한 공간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간절하게 바란다. 내 글이 누군가의 킬링타임용으로 소비되더라도 좋다. 라면 받침대로 쓰이다가 우연히 펼쳐진 한 페이지라도 좋다.
그저 '읽히기만' 한다면.
노벨상을 꿈꾸는 주제에 실시간 랭킹이나 확인하는
이 모순덩어리를 비웃어도 좋다.
다만, 그 비웃음 끝에 내 책을 한 번이라도 집어 들어 준다면, 나는 기꺼이 춤추는 광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