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온도

1화

by 현영강

구석진 골동품 가게의 쇼윈도에는 늘 먼지 쌓인 시계들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세월의 흔적이라 불렀지만, 내 눈에는 그저 죽어버린 시간들의 사체처럼 보였다. 째깍거리는 소리를 잃어버린 금속 뭉치들. 그것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온도였다.



​나는 소설가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그들의 가장 치부스러운 감정을 문장으로 박제하는 일. 2023년 겨울, 첫 장편을 내놓았을 때 느꼈던 그 기묘한 고립감을 기억한다. 사람들은 내 소설이 '반반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비명은 듣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카페 구석진 자리에 앉아 비상약을 만지작거린다. 입안이 바짝 마른다. 교감신경은 예민한 현악기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고, 건너편 테이블에서 웃고 있는 연인의 웃음소리는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내 고막을 찌른다.



​"작가님, 이번 원고는

조금 더 따뜻하게 가보면 어떨까요?"



​편집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맴돈다. 따뜻함이라니.



식물인간처럼 굳어버린 일상에서 온기를 찾는 것은, 눈 내리는 벌판에서 성냥 하나를 긋는 것보다 무모한 일이다. 나는 펜을 들어 메모지 구석에 적는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부패하고 있다.'



​브런치에 올릴 첫 번째 글의 마침표를 찍으며, 나는 창밖을 보았다. 부산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지만, 그 심연은 누구에게도 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의 소설도 그러하기를 바랐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는, 가장 아름답고도 잔혹한 문장들로.
​첫 번째 기록이 끝났다. 내일은 또 다른 타인의 생을 박제하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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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의 주제로,

단편 옴니버스 소설을 써 보고자 합니다.

지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