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번화가 한복판, 사람들의 걸음이 바쁘게 엉키는 길목에 접이식 테이블 하나를 폈다. 그 위에는 낡은 타자기 한 대와 조그만 팻말이 전부였다.
'당신의 오늘을 단편 소설로 타건(打鍵)해 드립니다. 가격은 당신의 시간 10분.'
길거리 즉석 소설가. 누군가는 낭만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구걸의 세련된 변형이라 비웃는 이 짓을, 나는 일종의 임상 시험이라 여겼다. 타자기는 내 신경계와 연결된 또 다른 장기였다. 거리를 스치는 수많은 군상의 냄새, 걸음걸이의 비대칭, 시선의 떨림을 읽어내 활자로 변환하는 작업.
그것은 내 예민한 감각을 덜어내기 위한
배설 행위에 가까웠다.
해 질 녘,
첫 손님이 파이프 의자에 주저앉았다.
"가장 완벽한 해피엔딩을 하나 써주세요."
여자의 목소리는 얇고 위태로웠다. 나는 타자기 자판 위에 손을 올린 채 그녀를 응시했다. 화려한 코트 자락 아래로 드러난 구두 코는 심하게 닳아 있었고, 억지로 끌어올린 입꼬리 주변의 근육은 미세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내 어깨너머 허공을 부유했다.
완벽한 비극의 전조를 온몸에 두른 채,
그녀는 해피엔딩을 구걸하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해피엔딩을 원하십니까?"
"그냥…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아프지 않고, 영원히 조용한 곳에서 잠드는 거요."
나는 짧은 호흡을 들이마시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철컥, 탁, 타닥.
기계식 활자가 종이 위를 때리는 소리가 길거리의 소음을 찢고 울렸다. 나는 그녀가 요구한 동화 같은 결말 대신,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었으나 마침내 자신을 옭아매던 그림자의 목을 졸라버리고 홀로 살아남은 여자의 이야기를 썼다.
상처받지 않는 세계는 죽음뿐이기에, 피투성이가 되어서라도 눈을 뜨고 걷는 결말을.
종이를 뜯어 그녀에게 건넸다. 글을 읽어 내려가던 여자의 눈동자에 찰나의 이채가 돌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종이를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테이블 위에 지폐 한 장을 올려둔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식어버린 손끝을 비비며 다음 타깃을 찾았다. 길 위에는 아직 소설이 되지 못한 수많은 텍스트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누군가의 치열한 비극을 단숨에 읽어내어 활자로 박제하는 일. 이 오만한 관찰자의 굴레를 나는 당분간 벗어던지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