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코인 세탁소

3화

by 현영강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는 일종의 고해소다. 백색광이 신경질적으로 점멸하는 이 좁은 공간에는 인공적인 다우니 향과 누군가의 삶에서 떨어져 나온 찌든 내가 기묘하게 섞여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내밀한 오점을 거대한 드럼통 속에 쑤셔 넣고, 동전 몇 개로 죄책감이 세탁되기를 기다린다.



​나는 창가 쪽 플라스틱 의자에 기대앉아 윙윙거리는 세탁기 소리에 규칙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불면증이 갉아먹은 밤이면 종종 이곳을 찾는다. 세탁물이 물살에 뒤엉키고 처박히는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내 안의 엉킨 감덩들도 덩달아 씻겨 내려가는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리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카펫을 질질 끌고 온 그는, 마치 시체를 유기하듯 그것을 대형 세탁기 안으로 구겨 넣었다.



카펫의 끝자락은 검붉은 무언가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커피 자국일 수도, 와인일 수도, 혹은 그보다 더 끈적하고 비릿한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



나는 굳이 묻지 않았다.

이곳은 타인의 얼룩에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

유일한 규칙이니까.



​남자는 세제가 거품을 일으키며 카펫을 집어삼키는 과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불안감일까, 아니면 일말의 안도감일까. 세탁기가 탈수 단계로 넘어가며 굉음을 내기 시작하자, 남자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기계는 맹렬하게 돌아가며 섬유 깊숙이 밴 기억의 잔여물을 쥐어짜 내고 있었다. 나는 안다. 뜨거운 물과 독한 세제로 얼룩을 표백할 수는 있어도, 그 자리에 남은 섬유의 마모된 흔적까지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드럼통 안에서 끊임없이 회전하며, 씻겨지지 않는 과거를 껴안고 살아간다.



​"끝났습니다."



​기계음이 울리고, 남자는 축축해진 카펫을 꺼내 들었다. 붉은 자국은 옅어졌지만, 카펫의 원래 색깔마저 탈색되어 얼룩으로 남아 있었다.



남자는 그것을 말없이 어깨에 둘러메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다시 텅 빈 세탁소에 홀로 남았다. 건조기 안에서 타인의 온기 없이 뻣뻣하게 말라가는 수건들을 바라보며, 문득 나의 시간들도 저렇게 건조하고 까끌까끌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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