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새로운 적응, 코로나
두 아들은 평소에도 별로 말이 없다.
매일 아침 등교는 아침 6시 50분에 출발해서 학교까지 10분 정도가 걸렸는데
차 안에서 물어보는 질문에 답하는 말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소중한 시간이고 추억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두 아들한테 물어보면 별 기억이 없다고 한다.
하기야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가족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물어보면 기억하는 게 없다.
다 쓸데없는 거였을까. 어른들만 좋았나 보다.
첫째는 처음부터 그리고 둘째는 2021년부터 학교에 가는 거 자체가 싫었다고 한다.
첫째는 2019년 3월 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3학년인 Year 9의 3학기에 입학해서
2021년 6월 졸업할 때까지 친구가 거의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졸업한 셈이다.
(영국계는 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에 졸업해서 그다음이 예비대학 코스다.)
최근에 물어보니 1년은 적응 시간으로 공부도 친구 사귀는 것도 별로였다 하고,
그다음 1년은 코로나 시기 온라인 수업이어서 대충 했고, 나머지는 그냥 다녔다고 한다.
부모는 정말 아이들을 모른다.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20년 1월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월 대구 신천지에서 집단 감염 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졌고, 3월에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한국인의 입국이 금지가 했다.
그 당사에는 한국인이란 사실을 숨겼다.
말레이시아는 20년 1월에 첫 확진자가 발생되었지만 관리가 잘 되다가
이슬람사원에서 개최된 대규모 종교 행사 이후 하루에 확진자가 100명씩 발생하자
3월 16일 밤에 전격적으로 Lock Down을 발표했다.
모든 상업시설, 사무실, 관광객 입국금지, 학교, 종교시설 폐쇄라는
말도 안 되는 조치라고 생각했는데, 길거리에 군인까지 배치하니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첫 2주간의 Lock Down 이후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Lock Down을 몇 차례 연장되었고,
나는 온라인으로 업무 하는데 익숙해졌고, 아이들은 평생 해온 것처럼 온라인 수업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이들을 옆에서 하루 종일 지켜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지켜보니 온라인 수업은 아이들이 손 밑에서는 게임하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다.
첫째의 경우 20년 6월 졸업 전에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시험과 수능을 섞어놓은 듯한 영국계 IGCSE
시험을 봐야 하고, 5개 이상 C 이상으로 받아야 예비대학에 가거나, 본과 과정에 신청할 수 있다.
첫 째는 Math, Further Math, 물리, 화학, 비즈니스, 상업, IT, 영어 총 8과목을 수강하고 있었고,
그중에서 6과목의 시험에 응시하기로 같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 모든 과목을 코로나 기간 동안 첫째와 나는 같이 공부했다.
공부라는 것이 시간 투입에 관계없이 기초를 모르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둘째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과목마다 무언가 사소하게 놓친 게 있다면 항상 그게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 산수를 잘 못했는데 알고 보니 구구단 8 x 9를 항상 헷갈리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 걸 하나씩 찾아내는 것도 운이었다.
첫째는 한국에서 미분을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미분의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 이후는 꽝이었고,
물리 또한 기초적인 컨셉인 "거리 = 시간 x 속도"가 머릿속에서 자리 잡지 못해 헷갈리는 것을
일단 잡아야 했고, 비즈니스나 상업은 사업자로서 보험을 실제 계약해 보지 않은 이상 외워서는 비즈니스 사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어떤 기초들이 안 되어 있는지 하나씩 확인할 때마다 절망했지만,
본격적으로 IGCSE 시험을 준비한 지 6개월 후 5개 과목을 통과했다.
IGCSE는 5과목에서 C만 통과하면 되는 국내 자격증 시험 같아 60점과 100점이 다르지 않고
5개 과목과 10과목 또한 다르지 않다.
IGCSE 통과는 코로나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유학원과 상담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 IGCSE 5개 C는 전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다 통과합니다.)
나도 나이든 수험생이라 할 수 있는데 5과목을 평균 이상으로 통과한다는건 쉽지않은 일이었다.
시험 성적이 나오고 나서 예비대학을 유학원의 김 선생님을 통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말레이시아에서 2년 + 미국에서 2년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대학에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