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도, 사람도 까봐야 안다.
5~6년 전에 대형 마트에 가면 두리안을 팔았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마트에서 사라졌다.
수요가 있다면 수입업자는 수입했을 것이고 과일 진열대에서 볼 수 있었겠지. 한 때의 유행이었나 보다.
두리안은 과일의 왕이라 불리지만 호불호가 확실한데,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회의실에서 두리안 파티를 때때로 했었는데
한국인 직원들 중 50%는 뛰어와서 두리안을 먹었지만, 50%는 아예 손을 대지도 않았다.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은 가까이 가기 쉽지 않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단점이 있다.
의도치 않게 적을 만드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에서 6~8월은 두리안 시즌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7월에 두리안이 가장 맛있고 관광객들도 이 달에 가장 많이 모인다.
올해 7월, 둘째 아들의 졸업으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했고
그랩을 타고 두리안 거리인 Subang Jaya SS15에 내렸다.
사실 나는 두리안을 잘 모른다.
내가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종류가 많고 가격도 다르다.
Mustang King이 제일 맛있다고 다들 이야기하나, 내 입맛에는 Udang Murah가 더 맛있다.
Mustang King 은 까보면 한줄로 되어있고먹기좋게 투실투실하다.
Udang Merah는 새우처럼 머리 가슴 꼬리 3부분으로 나누어줘 있다.
Udang은 새우 Merah는 빨강이란 뜻이다.
XO라고 쓴맛의 두리안도 있는데 안 먹어봤다. 매 번 거절하게 된다.
말레이시아 두리안 시장에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던 건 좋은 건 사람들 때문이기도하다.
두리안은 사람의 마음처럼 껍질을 까서 열어 보기 전엔 그 안의 품질을 알 수 없는데,
칼로 열어서 내용물이 부실하면 상인들은 미안한 얼굴 표정으로 서비스를 더 준다.
와이프와 둘이 먹을 요량으로 Mustang King 25링깃(7,500원), Udang Merah 20링깃(6,000원)치를
샀는데, 금방 다 헤치우고 더 사러 갔더니 얼굴을 알아 보고 작은 두리안을 서비스로도 더 준다.
싱가폴에 두리안 거리에도 자주 갔었지만, 서비스를 받은 경험은 없다.
예전에 Mustang King은 싱가폴이나 중국으로 다 수출되어 막상 말레이시아인들은 먹기 힘들었는데,
경제 성장과 더불어 말레이시안들의 Mustang King이 되었다.
두리안 같은 사람이 있다. 겉은 가시로 덮혀 있으나 속은 부드러운 사람
그러나 열지 않으면 알 수 없는법. 살아보니 두리안 같은 사람을 곁에 두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