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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stEdition Jul 21. 2023

헤어질 결심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1 영 결혼을 하지 않을 것만 같던 친구 A에게 카톡이 왔다.

     "토요일에 결혼반지 맞추려고"


#2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친구 B와 내일 오랜만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어디서 만날 지를 물었다.

     "우리 아들 얼굴도 보고 갈 겸 집으로 잠깐 와"

 

오늘 하루는 두 명의 친구로부터 결혼 준비 & 결혼 생활 관련이야기로 시작되었고,

여기까지 전개된 내용만 봤을 땐 뭐 충분히 현실적으로 있을법한 이야기지 싶다.

 

그리고 나서 점심에 갑자기 예전 회사 동료 C에게 오랜만에 카톡이 왔다.


     "오빠 여자 친구 있어?"


엄..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결국은 소개팅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상대 여자분이 키 크고 차분하고 성실한 남자를 원했는데 오빠 생각이 났다 블라블라.


연애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인생 통틀어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만 족히 수십 명 이상은 되는데도 새로운 소개팅은 늘 불편한 기대감을 동반한다.

마치 당첨되지 않을 로또를 토요일 저녁 7시에 사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것도 딱 오천 원어치만큼의 기대감.


"뭐 일단은 알겠어, 친구 한 명 사귄다 생각하고 연락처 주면 내가 알아서 할게 고마워"


사실 소개팅과는 별개로 오랜만에 마음이 쓰이는 친구가 한 명 있다.

불과 이틀 전에 단 둘이서 밥도 먹었고 내가 봐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는 찰나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소개팅을 거부하지 않았던 건

내 진심이 유난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안다.

소개팅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이 아무리 예쁘고 성격이 좋다 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을.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어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서른마흔다섯 개쯤은 우습게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각종 인터넷에 떠도는 연애사를 듣다 보면 이런 얘기를 자주 접한다.

"나는 진심인데 왜 너는 내 진심을 몰라주니"


내가 진심이라는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만큼 세상 쓸 때 없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적어도 甲의 위치에서의 진심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친구에 대한 내 유난스러운 진심을 한번 더 다스리기 위해 소개팅을 수락했다.


전해받은 휴대폰 연락처를 받아 저장 후, 카톡 프사를 보고 난 결심 했다.

그녀와 커피만 마시고 헤어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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