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선물이다. 되돌아보며 감사의 마음이나 사랑을 전하고 싶을 때 선물을 주곤 한다.
물건이 넘쳐나는 이 시기쯤엔 선물이란 것이 내가 사기에 아까운 사치품일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굳이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받았으니 줘야 하는 의무적인 감정으로 경조사비는 계속 늘어난다. 모바일 선물하기가 가능해지면서 만나지 않아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이 되면서 누군가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 것을 고민하지 않고, 생각한 가격대의 best 상품을 보낸다. 동일한 상품의 선물을 여러 개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선물의 고리를 끊어야 할까 지속하여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물건 선물 대신 경험을 선물하는 중이다. 경험이라는 것은 시간을 내어 주어야 하고, 그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추억이 되고, 쉽게 잊히지 않는 주는 행복감과 받는 고마움이 새롭게 다가온다.
생일을 맞이한 친구에게는 평소보다 좀 더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동생을 잃고 힘듦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지인에게는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마사지를 선물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을 계기로 해서 힘을 낼 수 있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해 듣는다. 성장이 필요하다 하는 친구에게는 여행을 선물하며, 그곳에서 함께 버킷리스트도 작성하고, 공유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선물은 꼭 특별한 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휴직을 맞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동생에게는 '이룸다이어리'를 선물했다. 다이어리를 쓰고 싶지만, 막막해하는 친구에게는 '거인의 노트'를 선물하고,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인 친구에게는 '채소과일식의 반락'을 선물했다. 오랜 시험기간 동안 지쳐있던 동료에게는 '마지막몰입'을 선물하고, 가족에게 올인하며 자신을 잃어간다고 마음 아파하는 친구에게는 '미움받을 용기'나 '회복탄력성'을 선물하기도 했다. 책을 제대로 읽기를 하다 보니, 책의 내용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으면서 어울리는 책을 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 때 고민과 책이 연결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과거의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얘기했을 때 보다 훨씬 긍정적인 기분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선물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 일 수도, 갖고 싶었던 것 일수도 있다. 상대방의 마음이 전해지는 선물도 많다. 하지만, 생일이어서, 명절이라서 주고받는 의무적인 선물은 그저 물건의 가격을 주고받는 기분이 든다. 받았으니, 줘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도 한다.
선물을 주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내가 느낀 대로 상대방에게 필요하다 생각한 것을 건넨다. 지극히 주는 사람의 취향 일 수 있지만, 상대방의 필요에 맞아떨어지는 순간 느끼는 기쁨은 두 배가 된다. 그리고 내가 고민한 만큼 받았을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며 나의 행복한 마음도 커진다. 마음을 전할 손편지와 함께 전해진다면 더 뜻깊은 선물이 된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 타인을 향한 관심을 통해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건네어보는 것을 어떨까? 선물은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있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