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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ming Nov 10. 2024

감정은 체력과 직결된다

나도 쉬는 시간이 필요해요

직장인은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나만의 루틴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무엇이든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지만,

직장에 몸 담는 동안에는 그곳에서의 급한 일이 우선시된다.




지난 일주일 동안 밤낮으로 제안서를 작성했다. 주관사와 함께 작성을 하면서, 나는 마치 쉬는 시간과 잠잘 시간은 없어도 되는 사람처럼 모든 요청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2시에 퇴근하고 아침 출근길에 메일을 확인해 보니, 새벽 4시에 도착한 메일에는 수정사항을 반영하여 오전 10시에 미팅을 하자는 요청. 새벽 3시까지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고 오전 9시 30분부터 리뷰하자는 요청. 비상식적인 요청에도 하라면 해야지라는 회사의 답변을 받으며, 몸도 힘들지만 정신도 메말라 갔다.

정신없이 일주일을 보내고 집을 보니,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하필 같은 주에 바빴던 남편이 나의 공백을 메꿔 주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감기 때문에 아픈 아이는 혼자 병원을 오가며, 약을 먹기 위해 혼자서 밥을 해 먹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장을 봐 놓고 방치된 음식이 상해 가는 중이었고, 빨래가 밀려서 냄새나는 체육복을 다음날 입기도 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도 회복시간이 필요한데, 집안에도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쉬는 시간을 애써 내보려 해도 모든 것을 모른척하기는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친 체력이 점점 방전되어가고 있었다.


방심할 때 감정이 새어 나온다. 오랜만에 맛있는 집밥을 함께 먹고 난 후 강아지 산책으로 인해 의견이 분분해졌다. 두 아이에게 함께 산책을 다녀오라 했더니,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짜증 섞인 말로 계속해서 얘기하니 점점 예민해지는 감정이 느껴졌다. 결국 듣다 못한 남편은 발바닥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혼자 산책을 다녀온다 하였다. 최대한 아이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약해진 체력과 정신력은 무의식에서 꿈틀거리는 화를 불러왔다. 그동안 건강한 몸과 마음과 정신을 유지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는 이런 상황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아이의 긍정적인 정서를 유지해 주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이 와르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인데, 직장의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끌어 들었다. 소중한 나의 아이에게 내가 체력관리를 못해서 나의 스트레스를 푸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은 죄책감이 몰려왔다. 순간 화는 내가 아이를 상하관계로 보고, 너의 잘못함을 인정하라는 데서 큰 소리가 나왔다. 내가 좀 힘들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이후에 엄마의 힘듦과 아이의 책임에 대해 얘기하는 좋은 방법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나의 편함을 생각하는 엄마보다는 이기주의적인 사람으로 아이를 대해버렸다. 


아이를 혼내고, 뒤늦게 남편을 쫓아가서 같이 산책을 하는 내내 오늘의 상황은 모두 나로부터 파생된 것인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 상황에서 잠시 빠져나와 걷는 것이 나의 스트레스를 낮쳐주고,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일단 화가 나면 입을 막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 나에게는 맞는 방법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와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의 잘잘못을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묶어두고,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큰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약속과 다짐을 했더니, 아이 역시 본인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하다고 얘기해 줬다. 고마웠다. 내가 아이에게 미안한 것이 더 많은데, 내가 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타이르지 않고 화를 낸 것인데, 아이 본인도 자신의 잘못된 모습을 사과함에 내 잘못이 더 크게 느껴졌다. 





감정은 체력과도 연결된다. 내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때는 긍정적이고, 감사함을 더 많이 느끼고 행동한다. 하지만 몸이 힘들면 짜증이 올라오고, 톡톡 튀어 오르는 나쁜 감정을 누를 힘이 사라진다. 아이를 키움에 있어서 내가 나를 잘 조절해야 아직 나보다 약한 아이를 향해 못된 힘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을 조절하는 것이 나에게 에너지를 충전하는 일이다. 아이에게 짜증이 심해진다면, 나의 의무로 꽉찬 생활에 지쳐 있는 것일 수 있으니, 나 자신을 잘 돌봐주는 시간을 갖는 것 꼭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내가 편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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