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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Aug 16. 2023

처음 먹어보는 여름 맛

정재형 샐러드, 혼자 먹는 한 끼는 도전정신으로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한번 해 먹어보고 싶은 레시피가 여럿 눈에 띈다. 집에 재료가 얼추 갖춰져 있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종종 따라 해보는 편이다. 


얼마 전부터 이른바 정재형 샐러드라는 게 꽤 자주 눈에 들어왔다. 배우 공효진이 극찬한 맛이라고 했던가, 정재형과 마찬가지로 즐겨 먹는 샐러드라고 했던가? 아무튼 유명인의 이름이 같이 붙은 데다가 좋아해서 늘 집에 두고 먹는 그릭요거트로 만들 수 있다는 점, 재료들을 보니 칼로리도 낮아 다이어트 메뉴로 좋을 것 같다는 점에서 한 번 만들어 먹어 보고 싶었다. 


마침 장 볼 때가 됐던 더라 새벽배송 장바구니에 오이와 딜을 담았다. 사실 딜을 사는 것 때문에 이걸 해봐, 말아 며칠 고민했다. 나는 향신채를 무척 좋아한다. 쌀국수에 고수를 듬뿍 넣어 먹고 루꼴라가 들어간 피자와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민트도 호와 불호 중 굳이 따지자면 호에 가깝다. 우리 집 식구 중 향신채나 허브를 즐기는 사람은 나뿐이다. 5세 아동은 말할 것도 없고, 남편도 즐기지 않는다. 때문에 딜과 같은 허브를 사면 그건 오로지 내 몫이다. 만들어 내놓은 요리가 너무 맛있어도, 그다지 내 입에 맞지 않아도 '한 번 먹어볼래?' 하고 물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이런 도전적인 음식은 혼자 먹는 끼니인 점심식사 때 만들어 먹게 된다. 혼자 한 끼 먹자고 10g에 3,000원 안팎의 허브를 사다니.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먹는 데 소비하는 것에는 너그러운 나이기에 주문했다.


검색해 보니 레시피가 각양각색이었다. 생크림을 넣은 사람, 그릭 요거트를 넣었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보았는데 사워크림이 가장 맛이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블로거는 오이를 20분간 소금에 절였고, 한 시간 절였다는 블로거도 있었다. 이것저것 보다가 결국 집에 있는 재료로, 계량은 따로 하지 않되 집에 남아 있는 그릭 요거트 분량에 맞게 감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이 한 개를 얇게 썰어 소금에 30분쯤 절여뒀다 물기를 꼭 짜고, 그릭요거트에 섞었다. 다진 마늘, 레몬즙, 꿀을 조금 넣었다. 딜은 집에서 써본 적 없는 허브라서 얼마나 뜯어 넣어야 할지 감이 안 왔는데, 블로그 글 중 눈대중으로 보아 나랑 비슷한 분량으로 만든 블로거가 레시피에 3g이라고 적어두었길래 나도 얼추 비슷하게 넣어봤다. 그리고 맛을 봤다. 딜을 더 뜯어 넣었다. 또 맛을 보고 한 봉지에 들어있던 걸 모두 뜯어 넣어 완성했다. 



맛은? 맛있었다. 입안에 퍼지는 그릭 요거트와 딜 향기가 정말 좋았다. 낯설지만 청량한 맛이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오이는 오이지 먹던 때처럼 익숙한 것이라 반가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와, 이건 정말 우리 집에서 나만 먹을만한 맛이네. 점심에만 해 먹을 수 있겠어.'


그날 저녁 아이와 남편에게는 돼지고기 목살에 소금후추를 팍팍 뿌려 구워주었다. 두 사람 모두 아주 만족했다. 나도 고기를 조금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했다. 내일 점심은 또 뭘 먹을까, 혼자 먹을 때 도전해 볼 만한 메뉴가 뭐가 있을까. 그리고 곧 깨달았다. 오이 두 개 묶음을 샀으니까 물러지기 전에 남은 하나를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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